루돌프는 어디 있어요?
12월 중순 깊은 어둠과 차가운 바람이 거리를 휩싸는 겨울에 이르르면 이윽고 성탄절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릴 적 성탄절 무렵이면 설렘으로 부웅~ 떠다니는 그런 기분을 안 가져본 사람들이 있을까. 크리스마스의 본연의 의미와 상관없이 예수님보다 산타클로스가 더 찐한 크리스마스였던 기억들이 있다. 거리마다 캐롤이 울려퍼지고 교회당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던 오랜 추억들은 옛날을 그리워하게 한다. 심지어 중학교 때 미술 시간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정성껏 만들고 누구에게 줄까, 어떤 인삿말을 적을까?를 생각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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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를 만나 깜짝 놀라는 우성이 별나무 어린이집 친구들 -지우, 우성, 은호 산타와 함께하는 은호, 우성, 지우, 은호와 함께 만드는 크리스마스 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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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차츰 희미해져가는 모양새이긴 하나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기다림으로 다가온다. 귀여운 손자들 우진 우성이에게도 그러하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가 짜잔~~ 나타나서 깜짝 선물을 주는, 그렇게 신나고 신기한 날인 것이다. 철썩같이 산타가 오실 거라 믿고 하루하루를 기다리는 녀석들이다. 말을 안 듣거나 밥 투정할 때 어김없이 써먹는 치사한 방법, 징징거리며 떼를 쓰는 아이에게는 산타가 선물 안 줄 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으면, 이내 유연성을 발휘하는 순진무구한 둥이들이다. .
다른 많은 곳들도 그러하지만, 우리 우성이가 다니는 송파 <별나무 어린이집>에서도 어린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몰래 준비해 주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장님, 산타클로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엄마들과 다 사전모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성이가 좋아하는, 정말 받고 싶어하는 장난감 경찰버스는 이미 어린이집에 몰래 갖다놓았지롱..
빨간색 옷과 선물꾸러미를 든 젊은 산타가 갑자기 어린이집에 뿅!! 나타나서 만 세 살짜리 아가들(은호, 우성, 지우)에게 선물을 주러 왔단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산타의 방문에 아이들은 휘둥그레 커진 눈망울을 굴리며 장난감선물을 받고 너무너무 기뻐하였단다. 이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안면근육은 충분히 실룩거리지 않겠는가. .. 그런데 아가들은 선물을 받고 나더니 산타에게 물었다. “기언데요(그런데요), 루돌프 사슴은 어디 이쩌요(있어요)?”라고 묻더라네요. 이러한 현장기록은 즉시 가족카톡방에 전송되고 있으니 어른들은 이를 마음껏 즐기며 무대 뒤편에서 킥킥대고 웃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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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둥이들 엉크와 건똑이 | 엉크 이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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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로부터 받은 선물들 | 산타클로스, 고마워요. | 루돌프 사슴을 만져보는 우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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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로봇 | 스테고 사우르스 로봇 면신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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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할마빠 트리 | 이모랑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 사랑하는 이모와 우우 형제 |
그리하여 우성이는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은지 상기된 표정으로 장난감버스를 들고 왔고, 귀가하는 식구들에게 일일이 자랑하느라 어쩔 줄 모르며 기쁨을 표시한다. 그런데 이미 선물을 먼저 받은 동생을 보고 형 우진이는 슬며시 울먹거리기 직전, 겨우 참아내느라 울그락불그락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힝~~ 나한테는 왜 산타가 안 온 거야?” 말 꼬리를 높고 낮게 흔들어내며 속상함을 토해내는 우진이, 꼬마왕자님 같은 초등1학년 형아 우진이를 달래줘야지 뭐 어쩌겠는가.. 산타가 여기저기 다니시느라 얼마나 바쁘겠냐며.. 일단 더 어린 애들에게 먼저 다녀간 것이니 좀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 형아는 동생이 받은 '경찰버스'를 보더니...‘저거 '빵꾸똥꾸'(문구점)에 있는 거랑 똑같아!!.. ’라며 일단 장난감 디스를 통해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징징거리며 토해낸다.
며칠 후 크리스마스 eve인 일요일. 늦은 오후,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이순신장군 시리즈 3탄 <노량>을 보고 오던 중 잠시 딸아이네 집에 들렀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는데, 일요일은 분리수거 날이라 마침 재활용품들을 잔뜩 들고 내려오던 18층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와 마주쳤다..그저 오가는 인사치레를 잠시 나누었는데, 그 도준엄마가 “혹시 손자들에게 장난감을 좀 줘도 될까요?라고 한다. ”어머나!!.. 주시면 당근 ? 고맙지요."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현관문 앞에 고급스러운 장난감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과 예쁜 옷들이 담겨 있는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이튿날이면 ..공룡, 우주선, 경찰버스 등의 카봇들오서 우리 아가들에게 설렘 가득한 기쁨의 선물이 될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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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며칠 전 준용이가 올라와 미리 당긴 온 가족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가족들 모두로부터 선물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과자 정도만 넣어둘 요량이었던 산타 선물을 아이들이 잠든 후 이 깜짝 선물 가방으로 트리 아래 놓아두었다.
이튿날 아침, 산타가 주고 간 이 어마어마한 선물들을 받은 우우 형제들이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단다. 어지러운 세상에 대해 알기 전인 이 순수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에 맞장구쳐 주는 어른들의 행복함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산타클로스로부터 받은 선물꾸러미를 자랑하는 아이들의 행복 카봇에 어른들도 탑승 완료..
힘들고 갈등, 실망 등 어려운 적 많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있어서 또 희석되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고 초라할까 싶기도 하다.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마침 크리스마스 eve 선물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던 도준이 엄마가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는 겨우 샌드위치로 답례를 했을 뿐이지만 산타의 실체를 알게 된다 하여도 .. 아이들은물론 어른들에게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될 터이다. 성탄절을 축하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머리에 산타모자를 써도 좋은 날, 교회당에서의 성탄 예배도 추억의 장면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