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주 가족 여행

라일락74 2024. 2. 28. 22:31

2024. 1. 24~29

제주가족여행, 45일 간의 즐거웠던 시간을 어떻게 기록으로 남겨야 할까. 제주도 서쪽에서 시작하여 동쪽 해안을 따라 짜여진 루트를 기본으로 하여 오밀조밀한 스케줄대로 행복한 시간을 담은 이 여행에의 추억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항공마일리지 이용하여 온 가족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택한 제주여행이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웃음꽃을 피우며 보낸 시간이었다. 떠나기 이틀 전부터 준용이는 여행 루트를 PPT로 만들어 식구들한테 여행 브리핑을 했다는 거 아닌가.. 늘 그렇지만 여행지에서의 불만들을 잠재우기 위한 여행십계명을 넣어 깔깔 웃었고, 가능한 한 그리하리라. 집에 돌아왔을 때 우진이는 또 제주도 가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어린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124()

눈이 많이 내리고 거센 바람으로 인해 모든 항공편이 결항이었다는 어제와 달리 오늘은 무난하게 대부분의 항공편이 운항되었다. 대한항공... 12시 KE1097 항공편 탑승, 비행기가 잠시 요동치니 우성이가 ‘Mami, I’m very very scared.‘라고 말한다. , 귀여워라.

제주공항 2.3km 근처 <로그인렌터카>에서 9인승 <스타리아>로 출발..

말레이시아 가족여행에서의 정말 아찔했던 트라우마를 털어내고 다시 여행팀장이 된 어여쁜 작은딸 정선이가 시키는 대로.. 하하하..

 

처음 들른 곳은 <우뜨리 Wootri> 카페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제주 날씨.. 눈이 내려 우뜨리 카페 앞 농원에서의 귤 따기 체험은 하지 못했으나 넓고 예쁜 카페 그리고 맛있는 빵으로 제주와 만났다. 막연하게나마 제주여행을 꿈꾼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오름 여행, 올레 여행..을 꼭 해보리라.. 했지만 한 번도 올레길이며, 오름에 발걸음 한 적이 없었다.

     
     

<금오름>

드디어 오름에 오르다. 거문오름으로도 불리우는 금오름은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찬바람과 눈길이라 아가들에게는 힘든 코스라서 나 혼자 올라갔다가족들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마음은 좀 분주했다. 정상에는 분화구가 들어앉아 있고 눈가루 뿌려져 있는 주위 기슭 저만치 아래로 보이는 넓은 평원의 풍광에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오름 꼭대기에서의 몰아치는 찬바람에서도 짧은치마 아가씨들은 하하호호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역시 젊음이다. 저마다 특색있는 제주의 오름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쓴 이들이 많겠지만 눈으로 직접 대하고 보니 왜 다들 오름, 오름하는지를 알 것 같다. 짜릿하다못해 황홀하다고 할 만큼 반한 오름, 혼자만 오른 게 아쉽긴 하다. 

금오름(거문오름)   오름에서 내려다본 풍경
거문오름 꼭대기 저 이래 분화구  

 

제주도의 해변을 한 바퀴 이어 놓은 올레길, 제주의 한가운데 우뚝 선 한라산의 줄기를 타고 벋으며 생겨난 산을 오름이라고 하는데, 그 오름은 무려 300개도 넘는다. 한라산(1,947m)에서 용암이 분출해 백록담이 생겨났고, 오름 또한 용암 분출구였던 분화구, 화산재가 쌓인 언덕으로서 높이 100m 안팍의 신비로운 작은 화산들이다.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등 저마다 재미있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오름은 산책 수준으로 야트막하지만 제주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바람과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동화속 제주 마을 같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차갑고도 부드러운 바람결에 누런 겨울풀들이 눕는 듯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비탈에서 사진을 남겨본다.

 

< 애월 여가 한옥> 1

이미 급하게 어둠이 깔리는 시각에 들어선 한 눈에 예쁜 한옥 펜션. 너른 마당에 들어서면서 모두들 와.. 좋다.. 하고 입실하였다. 뜨끈한 온돌. 밥을 따로 해먹을 수는 없게 되어 있으니 근처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본 것으로 적절하게 저녁식사를 해 먹었다. 조식으로 라면, 달걀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이 또한 마치 공짜인 양 신나게 아침식사를 하고.

 
 
     

125()

아이들이 열심히 검색하며 진행되는 제주여행 플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행 전 날, 준용이는 그~~ 시간도 없다면서도 애써 제주여행 PPT를 만들고는 가족들 모아놓고 facetalk으로 여행브리핑을 했는데, ..얼마나 멋지게 만들었는지, 또 설명을 들으면서 웃음꽃 만발, 설렘은 잔뜩 불어났다.  72시간짜리 제주패스는 나름 일정을 조율하며 이용할 수 있어서 가성비가 꽤 높은 여행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방림원>

제주패스 땅!!

제주의 서쪽부터 시작하였으니 애월을 지나 한경면으로 들어섰다. 사실 투병 중인 동생 인숙이가 살고 있는 한경면을 지나면서도, 언제라도 제주에 놀러 오라고 하는 제부(弟夫)이긴 하지만 가족부대가 여행을 왔노라고 차마 연락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한경면 소재. 3천여 평의 방림원은 부부가 20여년에 걸쳐 만든 야생화식물원으로서,방대한 야생화, 자생식물 등을 보며 그들의 열정과 노고의 결실이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예술작품인 양 전시된  각종 식물들은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내느라 애쓴 흔적을 볼 수 있다. 거대한 현무암 덩어리인 방림굴이 있는데, 이곳은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지형물이라니 정말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온 게 아닌가. 대단하다.

 

    방림원 입구

 

<카약 타기> -비체올린

겨울에 무슨 카약 체험?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겨울이라 찾는이가 거의 없어 매우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1km에 달하는 카약 물길을 양옆으로 심어져 있는 야자수 터널 아래로 지나가는데 마치 해외 휴양지에 온 기분으로 얼마나 신나던지. 카약 한 대에 두 명이 탈 수 있고, 앞뒤로 패들링을 해야 하는데, 나는 방향 조절을 잘 못해서 자꾸 벽에 부딪쳤지만, 내내 웃음.. 하루 종일 웃으니 엔돌핀이 많아졌을 것이다. 강추 카약 타기..

 

<미쁜제과>

바다 뷰가 보이는 한옥 베이커리.. 오늘은 한옥 컨셉이다. 맛있는 빵이 가득하지만 진짜 비싸다. 카페 바로 앞은 툭 트인 바다 뷰, 너른 잔디밭에는 널과 그네도 있다. 우진이가 할머니, 널 뛰자..하였으나 어린 시절 긴머리 날리며 쿵 쾅 널뛰기 선수급이던 나였지만 단 한 발도 구르지 못하고 그저 어머어머 소리만 질렀다.

 

<하루를 품다> 키즈 펜션 2박

 허르스름한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유럽의 어느 방에 온 듯한 아기자기하고도 센스있게 꾸며놓은 방에 다들 환호한다. 키즈 펜션이니 우진 우성이는 일단 놀이공간에 입성.. 돼지고기 바비큐로 맛있는 저녁식사.
9시 무렵, 준용이와 민지가 숙소에 도착, 엉크와 엉크이모의 짜잔! 등장은 우진이와 우성이의 쨍 하는 환영 인사로 드디어 8식구 여행이 시작되었다. 처갓댁 행사에 참여하고 하루 늦게 도착한 준용이내외.. 내일부터는 준용이가 운전기사..

  바베큐  

 

126()

조식으로 제공되었던 달걀들을 삶고, 대충 아침식사를 마친후 카멜리아 힐(동백꽃 수목원)로 출발

카멜리아 힐, 이곳에 와서야 동백꽃의 종류가 그렇게나 많고, 심지어 노란색 동백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6만여 평의 부지에 조성된 동백꽃나무들이 숲길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나, 잔뜩 기대한 겨울 동백꽃은 대부분 스러져버려 아쉬웠다. 원희룡장관, 탤런트 고두심 등 제주 출신 유명인사들이 식재한 동백나무들도 볼 수 있다.

 

<1100m 고지(高地)>

제주 겨울여행에서 꼭 들러야한다고 우겨 오게 된 한라산 1100m 고지. 미리 인터넷을 통해 입산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곳으로 오늘은 무사통과. 최근 내린 폭설로 인해 설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승용차들이 줄줄이 올라가고 있는데 점점 양옆으로 눈 덮힌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모두들 거의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너무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하나님 지으신 그 크신 솜씨를 찬양하며..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백설 왕국으로 들어섰다. 정말 장관이었다. 북해도에서 본 하얀 눈 숲과 언덕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백설 숲으로, 기묘하게 저마다 다른 나뭇가지들 위에 온통 하얀 눈이 뒤덮여 나뭇가지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 순백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형언할 수 있을까. 1100 고지를 꼭 가 봐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된 것도 그렇고, 마침 이곳에 올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백설공주를 떠올리며 순수함에 빠졌던 시간이다.

 

 

<콩이네 밥집>에서 점심식사

 

<서울앵무새> 카페로 이동

잿빛 구름 드리웠던 하늘이 어느새 환해지고 이제야 제주에서의 화창한 날씨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서울앵무새> 카페, 푸른 하늘 아래 떡 하니 자리한 대형카페로, 너른 공간이 인상적이다. 유리창 밖으로는 인피니트풀 같은 착각이 들게 하고 코 앞에 펼쳐진 바다는 정말 환상적이다. 아무데서나 셔터를 눌러도 된다. 아이들 말로는 마치 괌 같다고 하는데 여기도 외국 휴양지 느낌이다. 우진 우성이도 신이 나긴 매 한가지다. 커피와 맛있는 빵으로 호사를 누린다.

<액트몰 & 포즐파크>

아시아...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놀이공간으로 우진 우성이를 위해 택한 곳으로 좀 시끄럽고, 게임에 관심이 없는 어른들에게는 다소 지루하다.

 

<산방산 탄산온천>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 후 어둠 깔린 즈음 산방산 온천으로 향했다. 계획표에 토 달지 않기로 했기에 밤에 웬 온천인고 싶었지만, 우리의 리더 정선이의 계획표는 무결. 때 마침 밤하늘에는 그림처럼 달이 떠 있고, 저녁 달빛을 받으며 뜨끈한 탄산수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아주 특별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밤하늘을 만지작거렸다.  


1월27일(토)

<서귀포 유람선 관광>

모처럼 파도가 잔잔하여 유람선을 타기에는 아주 최적이라고 한다.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을 위해 숱하게 안내멘트를 날렸을 테지만 가이드의 타고난 말솜씨에 많이 웃었다. 3층 갑판에 올라가니 상쾌한 바닷바람으로 설렘은 고조되었다. 익숙하게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들의 날갯짓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다보니 드디어 서귀포유람선 관광의 백미, 주상절리 가까이 뱃머리가 엄추고 정적이 흐르듯 하더니 모두들 자연의 신비에 탄성을 지른다

서귀포 대포 해안을 따라 분포되어 있는 주상절리대는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절묘하게 세로로 깎여있는 단면들이 조각 기둥처럼 발달되어 있는 빼어난 자연물로서 유람선여행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빼어난 절경이요 비경이다. 어쩜 우리 작은딸은 이렇게 골고루 동선을 짰을까나. 배멀미가 두려워 유람선여행을 포기한 준용이와 민지는, 우리도 탈 걸 그랬나?? 한다.


 

 

<감귤따기 체험>

<스타리아> 승합차로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은 점점 가팔라서 저만치 아래로 제주 시내가 보였다. 높은 산중턱에 감귤 농장이 있는데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감귤이 익어가고 있었다. 그 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와서 귤따기 체험을 했는지 귤들이 많지는 않았다. 귤따기 체험 전에는 나뭇가지에서 과실을 툭 따면 되는 줄로 생각했으나, 그럴 경우 껍질이 벗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귤은 마음껏 먹을 수 있었음에도 의욕과 달리 ㅋ ㅋ 곧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으니 쉬운 게 아니었다. 작은 양동이에 담아 1만원, 작고 못생겼지만 정말 맛있다. 우리가 먹어본 귤 중 가장 신선한 게 아닌가. 손자들도 즐거워하고, 햇살 아래서의 색다른 추억이다.

 

<면담> 국수집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중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이다. 국수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주 멋진 건물로 인상적인 곳이었는데, 늦은 점심이라 손님이 없어 한적한 분위기에서 맛있게 먹고 다음 코스를 위해 출발.

 

<석예원> 족욕 체험

해안가를 따라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아주 다채로운 여행을 다니는 중... ‘본초 족욕’.. 한방팩을 넣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소금마사지까지 하고 나니 그 개운함이란 이루말할 수가 없다. 정말 골고루 여행 스케쥴을 짜느라 수고한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어찌 전할까.

 

제주패스 일정과 동선에 맞춰 들른 <드루쿰다> cafe에 들러 커피를 받아들고 코발트 블루로 시선을 끄는 카라반 뒤쪽으로 나가보았다. 어랏!! 전혀 예상치 않은 풍광과 마주하였다. 오래된 영화에 나오는 듯한 분위기의 테마파크 형태로 눈길을 끄는 곳이다. 온통 짙은 코발트색 구조물들이 눈길을 끌고 뒷문으로 나가면 광치기해변으로 나가게 되는데 숨겨진 비경이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현무암 바위들과 모래언덕과 바람과 하늘을 뒤덮을 듯 커다란 구름 아래, 모래 언덕을 오르며 환호하였다. <드루쿰다> 카페 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유채꽃밭 앞에서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도 지나가는 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오늘따라 구름이 현란하게 시시각각으로 변신.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해안을 품고 있어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다채롭게 해안가를 따라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곳이다. 섭지코지의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로 좁은땅을 뜻하며, 코지는 육지에서 바다로 톡 튀어나온 ''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겨울이라 주차장은 한산한 편. 언덕을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 아래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바닷바람은 맑은 날씨와 두둥실 구름에 마음도 두둥실.. 달콤한 바람이라 말하면 좋을까. 언덕 길가에서 우리의 지금의 모습들을 담느라 열심히 사진을 찍는 순간 관객과 함께 하는 연극무대에 올라선 듯하다. 소설 아니 영화 속 바람부는 언덕이 여기런가.. 드넓은 하늘, 야트막하게 펼쳐진 언덕 저 위로 드라마 <올인>의 마지막 배경인 성당이 있는데 풍경화가 따로 없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때문인지 가는 곳마다 정말 제주에 오길 잘 했다고 아우성이다. 몇 년 전 여동생들하고 다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젊은이들의 신선함이 오가는 길마다 흩어진다고나 할까. 섭지코지를 안 들렀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만 50년 시점, 여고동창 김인혜를 만났다. 서로 흰머리가 어색할 법도 하건만 그저 반갑다. 인혜와는 학창시절에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으나 합창부원인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당시 합창부에 대한 관심이 컸던 나는 합창부원들을 늘 유심히  봤었다. 동창카톡방에서 온라인 인사로 알게 된 친구인 인혜는 제주도에서 한달살이 펜션 <요나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요나하우스는 400평도 넘는 대지에 너른 잔디밭, 적절하게 배치된 정원수와 조각품들이 조화롭게 놓여있었다. 인혜의 남편이 정성을 다해 가꾸는 정원이라고 한다.  2층에서 내려다본 정원은 내게는 꿈같은 공간으로 봄에 오면 훨씬 예쁠 것이다. 우리가 묵게 된 숙소인 <봄 그리고 가을 리조텔>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인혜는 모르는 체 해도 그만일 우리에게 저녁식사로 칼국수까지 대접해 주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해일리 카페>

서귀포 성산 카페 해일리 카페는 파도가 일렁이는 제주 동쪽 끝 바닷가에 있는데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성산일출봉도 바라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프사에 남긴 사진들 중 궁금해했던 장소들이 있었다. 특히, 야자수와 동남아 어느 바닷가에서나 봄직한 파라솔을 배경으로 한 곳들인데, 그 대부분이 제주의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형카페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로 <해일리카페> 설치물들.

어느덧 뉘엿뉘엿 해는 기울어 금시라도 어둠이 내려앉을 시각이라..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프사에 열심히 올리는 <하늘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기 바쁘다. .. 바다 뷰, 도시적 건축미도 그러하지만 2층 건물이 온통 통유리로 밝은 조명으로 안온해 보인다. 카페 앞마당에 놓인 피아노는 비록 건반은 망가졌을지언정 그 풍광에 독특하게 연출된 풍경화이건만 감탄사를 어찌 아낄쏘냐. 우진 우성이도 어찌나 즐거워하는지..세련된 인테리어와 바다 뷰.. 예쁘다. 추워서 밖으로 나가 앉을 수는 없다.

 

128()

<구좌제일교회>

숙소에서 830분 체크아웃. 여기서 11km 떨어진 인혜가 다니고 있는 구좌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김인혜권사의 믿음은 동창카톡방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고, 매일 부부가 가족예배를 드린다고 하니 참으로 본이 되는 믿음이요,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나는 한편 부끄러웠다. 교회는 제법 규모가 크게 보였는데, 오전 9시예배는 참석한 성도들이 많지는 않았다그만큼 제주도민이 많지 않은가 보다 생각하였다. 인혜와 작별 인사, 고마워..

 

다음 코스로 이동. 제주패스 72시간 마감 10분전 007작전 카페 찾기 검색을 마친 아이들은 보물찾기 하듯 찾아낸 카페에서 커피를 획득? 선 준용 민지의 기동력 덕분에 커피는 하루종일 풍요로웠다. 커피만 get 하기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바다 을 배경으로 한 <제주서귀피안 카페>란다. 

 

<샤려니숲>

샤려니'는 신성한 숲이라는 뜻으로 삼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 이름도 정감있는 나무들이 키높이를 자랑하며 들어선 울창한 숲이다. 단순히 오솔길 정도로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울창하기 때문에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서면 숲속에서 길을 잃을 정도라고 한다. 오늘은 기상악화로 입장 불가. 어쩐지 길가에 늘어선 차들이 금방금방 빠지더라니... 몇 년 전 샤려니숲을 온 적 있는데 숲의 또다른 입구에서부터 정적을 휘감는 듯한.. 잠깐 들렀던 게 몹시 아쉬워 이번에 기어코 일정에 넣었으나 꽝..이다.

 

샤려니숲 방문이 허탈하게 끝나고.. 다시 먼 길 되돌아서.. 하루 먼저 떠나야 하는 준용이네는 청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출발. 우리는 공항 근처의 오션스위츠 호텔에 체크인.. 짐을 풀고 곧바로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모두들 동문시장으로 모인 것인지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붐볐다. 맛있는 먹거리도 많고, 볼 거리도 많고.. 먹거리를 좀 사서 호텔로 갖고 와서 먹는 재미도있었다.

 

 제주 사투리, 섭지코지, 곶자왈, 샤려니숲, 오름, 올레 등 제주의 지명들은 참 독특하고 정겹다. 그래서 다녀가는 재미가 더한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서울로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울 우리 작은딸 정선이의 여행계획과 정민, 준용이와 민지 덕분에 기대했던 이상으로 즐거웠던 가족여행이었다. 더러는 말한다, ‘다리 아프다면서 잘 다닌다고..’, 어쨌거나 즐거운 추억이면 되지.

오죽하면 글을 쓰는 지금 한 달이 꼬박 지났건만 저녁 식탁에서 꼬꼬마 우성이는 갑자기 보우트(boat) 탔던 거 좋았쩌!’라고 하여 카약 타기가 몹시 재미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