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천은 최근 서너 번 다녀온 여행 이후로 심리적으로 퍽 가까운 곳이 되었다. 2018년 휴머니스트회에서 다녀왔던 고향방문 1박2일 서천 여행에서 국립생태원, 마량리 동백숲, 신성리 갈대밭, 한산 모시마을,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 장항도시탐험역, 장항스카이워크 그리고 춘장대해수욕장 등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한산이씨(韓山李氏)의 시조인 목은(牧隱) 이색을 기리는 문헌서원에서 엿볼 수 있듯 한산이씨 선산이 있어 어쩌다 한번 쯤 서천을 다녀올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6.25때도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생전의 아버지 말씀처럼 오지라 그저 서울에서 '너무 먼 곳'일뿐 벌초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다녀온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볼 거리와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홀랑 빠져버리게 되면서 2019년 가족여행을 오게 되었고, 다들 서천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 같다. 두 번이나 선택했던 물버들팬션 , 희리산자연휴양림 등 세 번이나 서천으로 여행을 왔다는 말씀.
친구를 비롯해 아는 사람 짱 많은 Joony는 첫 서천 여행에서조차 근처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고 온다기에 '아니, 너는 도대체 여기에도 친구가 있다고?' 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는데, 그 친구가 다름아닌 지금의 며느리다. 어쩐지.. 친구가 주었다며 감자 등 먹거리를 받아왔던 에피소드가 있으니..며느리의 고향이 이곳 마산면일 줄이야..그 뿐인가, 안사돈의 고향이 충남 부여군 충화면이라는데, 나의 아버지도 부여군 충화면에서 출생하셨으니.... 인생의 여정이 길어짐에 따라 이러한 공통분모가 생겨나게도 되는구나 싶다.
.어차피 나의 할머니, 아버지 엄마 의 산소가 서천군 마산면에 있으니 이래저래 서천은 재방문할 명분은 늘어나게 된 셈이다. <당일치기 산소 둘러보기> 만으로는 이렇게 서천이 아름다운 곳임을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처음 묵었던 이름도 정겨운 <물버들 팬션> 에 들어서자 창 밖의 풍경에 그야말로 압도당했었다. 펼쳐진 산자락과 물버들 잠긴 호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라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숙소와 연결된 옥상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캄캄한 밤하늘의 은하수를 감상하다니.. 서천 여행 강추 강추.
마산면으로 접어드는 길은 정말 운전할 기분 제대로라 할 만큼 한적하고 주위 경관은 수려하다. 1주일 전에만 왔더라면 길 양쪽으로 벚꽃으로 가득했을 터이니, 상상만 으로도 가슴이 벅찰 지경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연록과 초록이 바람결에 춤추고, 지천으로 그 아름다운 빛깔로 얼굴 들이밀 꽃들의 왈츠... 흩날리는 벚꽃 샤워에 정신이 아득했을 것이다.
아들 내외는 벌써 와 있고 사돈어른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전국 각처에서 농촌 인구가 급속히 줄어든 게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이 마을에도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다. 한 때 장날이면 시끌벅적 할 정도였다는데 빈 집들이 여간 많은 게 아닌 것 같다. . 빈 집이니 누가 돌보는 것도 아니어서 초라하기도 하고, 우체국이 있어도 그저 이정표 쯤으로 보일 정도이다.
우우 형제는 트랙터를 타 보고 싶어 마음이 급하고... 도착한 지 20여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바깥사돈께서 아이들에게 기꺼이 트랙터를 태워주셨다. 푹신푹신한 밭 한 가운데를 거침없이 구르는 트랙터, 요철이 깊은 슈퍼 바퀴는 자못 위압적이다. 동화책에서 만난 친근한 캐릭터인 트랙터에 올라타며 신기함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됨에 우우 형제는 입을 다물 줄 모른다. .
3.29 카페
1919년 종로 파고다공원 부근에서 시작된 3.1운동이 서천으로 번지게 되었고, 그 해 3월29일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3.29카페로 이름지었다고 한다. 빈 집을 카페로 리모델링하여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돼지 우리였던 곳은 서까래를 그대로 둔 채 지붕이 드리워지고 평상이 놓인 야외 쉼터로 탈바꿈했다. 매우 아담하고 유용한 마을 까페로서 이곳 역시 서천의 명소가 될 것 같다. 추수를 마치고 웬만큼 여유로워질 늦가을 무렵, 이 카페 앞뜨락에서 마을사람들을 위한 작은음악회가 열리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못할 것도 없지 하면서 은근히 우리아이들의 별빛콘서트를 꿈꿔본다.
카페 뒤뜰에는 오랜 우물이 있다. 두레박은 줄로 묶어 둔 채로 위로 올려져 있고, 얼마나 깊은지 그야말로 시커먼 연탄 처럼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에 떨리고 두려움이 몰아치듯 해 몸서리 쳐질 정도다.
이미 초여름 날씨처럼 따가웠지만 카페 마당에 제법 멋스럽게 놓인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시골 인심 가득한 진한 블루베리 스무디와 아메리카노 커피로 즐긴다. 근처에 아주 품질이 우수한 블루베리 농장이 있다니 블루베리 스무디는 꼭 마셔봐야 한다.
3.29 카페
두레박 매달린 우물도 보인다.
3.1 운동 기념 행사 플래카드
블루아일랜드 오토캠핑장
월명산이 감싸고 있는 봉선저수지와 비스듬한 언덕에 꽃들이 만발해 있는 아늑한 곳에 조성된 오토캠핑장에 도착. 봄꽃들과 초록이 물가에 번져 아름다운 자연을 공짜로 가로챈 캠핑장 주인이 부럽다는데... 어둠 속에서 바비큐, 사돈 분들이 과일이며 먹거리를 잔뜩 가져오셔서 미안하였으나 먹거리는 풍성해졌다. 우진 우성이는 키즈놀이터에서 에너지 발산 중.
문헌서원 내 한옥 숙박
서천군 기산면 < 문헌서원 >
고려말 대학자 가정 이곡과 한산이씨 시조(始祖) 목은(牧隱) 이색(李穡)선생의 학문·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선조 27년에 세운 서원으로 광해군 3년(1611)에 나라에서 문헌이라는 헌판을 받아 사액이 되었으니 400년의 정취가 오롯하게 스며있는 듯하다. 영당 뒤 아름드리 배롱나무가 장관이라니 한여름에는 진분홍 꽃떨기들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서원 바로 옆 한옥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아이들에게는 물론이려니와 어른들도 한옥은 어쩐지 다정함을 느끼게 한다. 너른 마당과 댓돌, 툇마루와 대청마루 등의 가옥 구조는 아주 오래전부터 체화된 듯 낯설지 않고 차분함을 가져다 준다.
숙소에서 바라본 문헌서원
숙소에 딸린 정갈한 식당
아침식사를 마치고 문헌서원을 둘러보았다. 여행객도 별로 없어 그저 고즈넉하고 여유롭다. 깔끔하고 맛있는 된장찌개며 친절한 서비스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반도 생태계 뿐 아니라 세계5대 기후 서식지 생물들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국립생태원 등이 있고 쭈꾸미 축제도 있어서인가 문헌서원 근처에는 숙박시설을 새로 짓느라 불도저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목은 이색
한옥 체험으로 아주 제 격
남동생들, 사촌동생들이 해마다 벌초를 하기 위해 서천을 방문한다. 나도 두어 번 따라온 적이 있으나 새벽에 출발하여 급히 산소를 다녀가고 곧바로 귀경하였던 터라 실은 동생들도 서천의 진면목을 대할 기회가 없었을 네니 1박2일 목적있는 여행을 해 봄직하다.
산소 찾기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아버지 산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준용이가 창복이삼촌이랑 현복이삼촌이랑 열불 나게 facetalk를 하며 한 시간여 동안 헥헥 거리며 산자락을 헤맨 끝에 드디어 산소를 찾았다.
아, 아버지 엄마.. !!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 우리와 오랫동안 추억을 나누지 못했던 .. 아버지.. !!
산소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짠했다. 평지라해도 좋을 야트막한 언덕이 숲속의 비밀스런 길처럼 나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를 반복.. 이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준용이와 민지가 애써 준 덕분이다.
아버지 엄마 산소
햇살 잘 드는 산소 자락
얼굴을 뵌 적 없는 할아버지 마음 고생 심했을 할머니
쑥 뜯기
여기는 아무도 모른다.. ㅎㅎ
신선함 가득 가져다 줄 쑥 오가피 머위
봄 날 마산면 수풀 속 쑥은 찐 쑥이다. 행동대장 안사돈 덕분에 봄나물을 만지작거리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렸지만 나의 쑥뜯기체험은딱 1시간만 허락?? 되었으니.. 귀한 유정란이며 서천 특산물인 박대, 참외를 잔뜩 담아 주시는 사부인의 푸짐한 인심에 고맙고 미안하여 또 방문한다고 말하지도 못하겠다. .
처음으로 만져보는 강아지
트럭 타고 신나는 아이들
국내여행지로 손색 없는 충남 서천. 가창오리떼의 신비로운 군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기에 금강하구둑 가 보고 싶다고 누누히 말했던 만큼 겨울여행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이나 가 본 적이 있는 늦가을 신성리갈대밭 등 가야 할 데가 이렇게 많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