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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브런치 카페에서

라일락74 2024. 8. 3. 11:43

강화에서 브런치를..

두어 달 전 조카들인 준식이, 성범이가 자신들의 가족여행에 이모도 같이 가자고 하여 기꺼이 강화도 여행에 동행하였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아빠의 별세로 힘들었을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눈물 짓는 자신들의 엄마를 위한 여행인 것도 같다. 혼자 된 엄마를 이모가 와서 좀 위로 겸 말 동무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상당한 연매출을 올려 굉장히 잘 나가는 준식이네 세 식구와 학생들에게 온정과 열강으로 요즘 보기 드문 선생님이자 18개월 아이를 너끈히 혼자서도 잘 돌보는  아빠가 된 성범이와 동생 민영 이렇게 7명이 함께 하는 여행으로 첫번 째 만남의 장소인 강화도 <행복한 밥상> 식당으로 향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임에도 강화도는 깨끗하고 한가로워 보인다.

맛있는 식사와 커피 한 잔은 즐거움의 기본. 동막 갯벌로 이동

5살 해인이랑 두 살짜리 완을 위한 갯벌 체험. 서해 바다가 주는 자연의 선물 갯벌... 

세상의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듯 어엿하게 부모가 된 조카들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향하는 희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피부가 검게 그을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저벅저벅 갯벌로 향한다. 잔뜩 각오를 하고 온 듯 아가들의 손에도 장난감 호미가 들려있다.  진회색 뻘을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살짝 움직이는 숨구멍이 눈에 보인다. 아싸!! 하면서 호미를 들어 뻘 흙을 힘껏 후벼 파긴 하지만  잡힐 듯한 게들은 눈 깜짝할 새 순간 이동을 하며 달아나고, 그러다 작디작은 바지락 조개만을 몇 개 건져낸다. 에게!! 코딱지 만 하네..!! 바닷쪽 뻘로 더 깊숙하게 들어갔던 사람들은 제법 큰 조개들을 잡아가지고 신나는 모습이었지만 우리는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더 멀리 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찐득거리는 뻘에 주저앉아 즐거워한다. 

 

Air B&B 숙소

널찍한 앞마당에 pool 풀을 설치해 놓아 그럴싸해 보이는  숙소다. 잠시나마 여행을 위해 집을 떠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 풀은 아쉽게도 어른들이 같이 들어가야 할 정도로 깊고 위험해 보여 물놀이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하였다. 뒷마당에는 고추, 토마토, 호박 등 밭작물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아 주렁주렁 열려있다. 사업 하느라 시간도 많지 않고 캠핑을 좋아하지 않아 불을 붙여본 적이 없다는 준식이 부부가 유투브를 보며 열심히 번개탄에 숯을 올려 불을 지폈다. 드디어 맛있는 바베큐 돼지고기 ... 곁들인 살짝쿵 두어 잔의 술.. 그 와중에 두 아가들의 재롱에 시종 웃음 바다였는데, 두 어린 아이들의 어휘 수준과 심지어 퀴즈를 제법 만들어낼 줄도 아는 해인이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 제 할아버지의 비상한 머리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교동도 화개정원 전망대

-강화군 교동면에 속한 교동도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던 섬이지만 2014년 완공된 강화도 본 섬을 잇는 교동대교를 통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후 교동도 진입. 이 섬에서 가장 높다는 화개산(259m)을  물, 역사, 추억, 평화 등의 테마 정원으로 조성했다. 산 정상까지의 2.3km거리를 모노레일로 이동하는데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전망대는 강화도의 상징 새인 ‘저어새’의 눈과 부리를 형상화한 건축물이다. 전망대에 도착하여 스카이 워크로 나가려 하니 때마침 짙은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뒤덮는다. 얼른 바깥 데크로 나가보니 엄청난 비바람에 몸이 휘청할 정도였고 굵은 빗줄기가 구름과 함께 엄청 퍼부었고 결국 스카이워크 출입문은 닫혔다. 이 높은 곳에 강화 유리 데크로 스카이워크를 만들어 놓았다니 참 대단하다. 출입문 바로 앞에 활짝 핀 모양의 조화(造花)들을 담은 유리 상자가 있기에 화개산이라는 지명이 꽃이 만개한 것을 뜻하는 줄 알았으나 '불 화(火), 덮을 개(蓋)' 로 솥뚜껑을 덮어 놓은 모양이라는 뜻이라니 지레짐작하여 아는 체한 것이 머쓱해졌다.

-강화천문과학관

강화군 하점면 소재. 인구 감소가 어제오늘의 아니기에 폐교가 속출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20여년 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202451<강화천문과학관>으로 개관한 것이라고 한다.. 청정 지역이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볼 수 있다고 하니 체험학습 공간으로도 훌륭하여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한 몫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별빛 우주 여행을 다녀오게 할 수 있는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다.  오픈된 지 겨우 3개월 남짓한 터라 덜 알려져서인지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똘똘한 해인이 녀석은 요리조리 잘도 다니면서 엄마의 설명에도 귀를 기울이며 작은 이벤트에도 지루해하는 기색이 없다.

 

맛있다고 소문난 갈비집 <흥부골>

서울과 비교할 수 없지만 값도 적절하고  맛도 일품이다. 자동차들이 들어차 있는 주차장을 보면 맛집이라는 데 이 집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무엇보다 기와집 모양의 건물이 정겨운 느낌을 주었고 너른 마당 한 켠의 포도밭에서는 초록색 포도송이들이 영글어 가고 있었다.  갈비를 구워주는 종업원 분들도 친절하고, 고기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조카들 덕분에 또 즐거운 식사.

저녁 무렵 숙소로 돌아와서는 주인장의 허락 하에 청양고추 냉큼 따는 순간 즐거움. 손가락 마디 만한 청개구리가 자동차 본넷에 올라와 있는 걸 보노라니 청정지역이긴 하구나 싶다.

-3일째 아침

브런치 카페...

   

이름 그대로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곳인데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손님이 많다. ‘과카몰리’ 이름도 처음 듣는데 아보카도 얹은 빵과 커피, 달콤한 수플레 케익, 샐러드, 해물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이번 가족모임에서 브런치 카페에서의 상차림 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언제 브런치를 먹고 다니겠는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11년 전 독일 만하임에서 Paris로 떠나던 렌트카여행 첫날의 골목길 브런치 카페에서의 설레던 추억이 떠올랐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각각 가정을 이루고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조카들을 보며 내내 부러웠다. 나의 작은딸 정선이도 하루 빨리 결혼하여 어색함 없이 사촌 간의 모임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 없이 하였다. 

Bye!!

조카들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