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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둥이 아들이 결혼을 했답니다.

라일락74 2025. 2. 23. 23:37

동화 속 숲속의 왕자가 있다면 바로 오늘 그대의 아들인 신랑이요.. 라는 찬사의 말을 들어본 신랑 있을까?

3한4온이라는 용어가 쏙 들어가 버린 지 오래지만, 이번 2월은 눈도 많이 내렸고 또 연일 차갑고 매서운 날씨다. 며칠 있으면 손녀가 세상에 나올 거란다. 3년전 결혼한 아들 Joony가 아빠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준용이가 결혼한지 벌써 몇 년 지났건만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들여다보노라면 결혼식장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당일 오갔던 감정들이 숱하건만 그동안 어째 기록도 남기지 못했는지.. 돌아보니 너무 늦게 글을 쓰게 되었네.

운동을 잘하고 좋아하는, 게다가 누가 봐도 훈남이라는 말에 결코 아무도 태클 걸지 못할 아들 준용이. 작은누나보다 자신이 먼저 결혼하게 되는 것에 대해 적잖은 부담감을 갖고 있던 아들이다. ‘엄마, 나 결혼하지 말고 엄마랑 살까?’ 하던 허튼 우스갯소리에 아들의 망설임이 들어있지 않았던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의 Joony(준용) -아!!  귀여워라.

서른여섯살인 자신보다 세 살 더 많은 누이가 아직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동생인 자신이 먼저 결혼 일정을 잡는 것이 그랬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결혼에는 누이동생 순서가 없다고들 했고, 기꺼이 동의했지만 작은딸의 마음을 헤아릴 때마다 참 힘들긴 했다.

결혼식 준비에 아무것도 거들어준 것도 없었기에, 이미 결혼한 큰딸이나 아들에게 미안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결혼식 당일, 우리 아들의 모습은 어찌나 빛이 나던지 모른다. 오죽하면, 휴머니스트회원이신 홍준식선배님은 숲속의 왕자가 있다면 바로 신랑일 것이라며 아들의 해말간 모습을 극찬하셨는데 어찌나 으쓱해지던지 모른다.

우진 우성이, 우우형제가 화동으로 상큼한 음악에 맞춰 꽃바구니를 들고 엉크와 엉크이모에게 걸어가던 모습에 하객들도 즐거워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귀엽고도 당당하게 엉크(삼촌)에게 다가서면서 몹시 신기해하던 3살 우성이는 두리번두리번, 그래도 네 살이나 많다고 어리둥절하는 동생을 점잖게 챙기던 우진이.. 이 귀여운 화동들 덕분에 결혼식은 최고조의 분위기로 향했다.

 
     

축하연주로 3남매의 피아노3중주로 준비했다. 큰딸의 피아노, 작은딸의 바이올린 그리고 신랑인 아들이 첼로를 연주하였는데, 이를 바라보는 며느리 신부는 행복했을 것이다. 나중에 사돈어른은 정말 우리 아이들 연주로 감동받으셨다며 연신 싱글벙글하셨다. 아직 박사학위도 못 받고 수료 상태이건만 ‘박사 사위’라며 한껏 띄워주시면서 좋아하시는데 송구할 지경이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데 와.. 정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와 주었는지 고맙기 그지 없었다.

아들 내외는 뉴욕에서 시작하여 샌디에고, 그랜드캐년을 지나 칸쿤까지 렌트카로 신혼여행을 배낭여행 하듯 다녀왔다.

준용이를 낳고 어머니 댁에서 산후조리를 하던 때, 아무도 없는 빈집임을 알고 도둑놈들이 들어와 싸그리.. 헤집고 간..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했던 날. 아들을 얻은 댓가이려니 생각하라며 옆집 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무튼 그 아이가 아내를 맞아 혼인을 한 지 2년이 지나고 이 달 말 쯤 나는 또도(태명)를 만나게 될 것이다. 또도의 이름을 짓겠다고 작명(作名) 관련 유투브도 열심히 보면서 온가족이 구수회의를 한 끝에 이름도 지어두었다.

     

스물일곱 나이에 첫아이를 낳았을 때 어머님은 내게 아이가 아이를 낳았구나 라고 하셨다. 막내둥이 아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 서른중반에 부모가 된다고 하니 아이가 아이를 낳는구나 하신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늘 하는 말, 시간은 어찌나 이리도 빠르게 지나가는지.. 할머니가 된지 이미 오래지만 늘 기도한다. 나에게 3남매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여섯 손주들을 허락해 주시기를 ... 점점 아픈 데 늘어가지만 아직 감성을 일깨울 수 있고, 나름 열정과 에너지 있으니 아직 만나지 못한 손주들에게도 할머니의 다정하고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