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만난 사람들

Gerald Moore, 피아니스트

라일락74 2011. 12. 7. 12:37

피아니스트 제럴드 무어(1899∼1987)

 
무어는  영국의 하트퍼드셔주(州) 워터퍼드에서 태어났다. 음악사상 최초로 반주자의 길을 선택하여 1967년에 무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40여년의 긴 세월을 오로지 반주자로서의 외길을 걸었다. 특히나 성악에서 반주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연습 내내 성악가와 함께 곡을 해석하고 고민하여 하나의 완성품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끝나면 청중들은 오로지 성악가에게만 찬사를 보낸다. 그런 상황에서 반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예술을 위한 자기희생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는 반주자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애써 당당하게 무대와 스튜디오에 나섰다. 성악가가 채우지 못하는 빈 부분을 피아노 반주로 노련하게 무대를 만들어냈기에 20세기 어지간한 정상급 가수 치고 그와 협연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에후디 메뉴인, 파블로 카잘스, 쟈크린느 뒤 프레 등 기악연주자들뿐 아니라 , 한스 호터, 엘리자베스 슈만, 핏셔 디스카우, 엘리자베스 쉬바르츠코프, 빅토리아 데 로스엥헬레스 등 명연주가의 거의 전부가 무어의 예술 동반자로서 무대에 섰다. 

그가 쓴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제 소리가 너무 큰가요? 반주자의 추억'도 집필했을만큼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반자들과 함께 하는 음악을 만들어간 것이다.

1967년 그가 68세가 되었을 때 스스로 은퇴를 결심했고 EMI 사장인 월터 레그 경이 이 위대한 반주자를 위한 행사를 열어주게 된다.  '제럴드 무어에게 경의를 표하며'라는 영광스러운 제목이 붙은 음악회였다.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엘리자베 슈바츠코프, 피셔디스카우  와 같은 대가들이 제랄드 무어를 위해 노래했다. 당연히 앵콜곡은 없었다. 마지막 무대에 무어가 홀로 걸어 나와서 최초이자 최후로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An die Musik)'를 연주하는 고별무대를 가졌다.  음악에 헌신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박종호 著에서

제랄드 무어의 EMI 고별연주회 실황 앨범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와 함께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