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엉킨 실타래 풀기

라일락74 2012. 1. 19. 21:49


  요즘 같은 세상에 다른 이들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바느질을 하곤 한다.  이를 테면 떨어진 단추를 단다던지 또는 그밖에도 꽤 있다...   그런데 바느질 상자를 열 때마다 늘 엉킨 실타래가 들어 있다. 벌써 20 년도 훨씬 전에 아이들 돌 잔치상에 올려 놓았던 실타래다.

 

 홑이불 바느질 할 때나 쓰던 굵은 실이어서 요즘에는 거의 쓸 일이 없어 그냥 팽개쳐 두다 보니 좁은 상자 내에서도 구박을 받는 처지였다. 하여 저 엉킨 실타래를 좀 풀어야겠다 싶었다. 

 

 어릴 적 양 손에  실타래를 끼고 엉킨 실을 풀어가며 실패에 감는 일이 많았다.  실 끄트머리를 찾아 실타래에서 길게 실을 뽑아내어 실패에 실을 감는 일은 엄마의 몫이었고 나는 그 실이 잘 풀려 나올 수 있도록 단단하게 양손으로 실 꾸러미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실이 엉켜 있지 않으면 술 술 잘도 풀려 나왔지만 중간에 얽히면 시간이 그 만큼 오래 걸리곤 했지.

  굵은 실로 '실뜨기' 놀이도 어지간히 한 기억이 난다. 그런 놀이를 요즘 애들은 알 턱이 없다.

 

  인간 관계가 꼬인다 싶으면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힘들다고 어른들은 늘 말씀하셨다.  몇 시간 동안 허리 아프고 눈이 아프도록 실을 풀어냈다. 중간 중간 숱하게 실이 끊기었음은 물론이다.

 

  허리 아프다며 굳이 시간 버리는 일을 굳이 하느냐고 가족들로부터 웃음 섞인 핀잔 한 마디 들었지만 나는 실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엉킨 실을 푸는 내내 실과 인간 관계를 비유했던 말을 떠올리며 우리네 삶이 꼬이면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참으로 풀기 힘든 것임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