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신성리-동미니랑
Jan. 21(Sat.), 2012
작년에 임용시험 실패를 맛보고, 어디 그 뿐이랴.. 만남의 어려움을 경험했던 일도 있었던 딸.. 올해는 임용시험 3차 최종발표를 1주일 앞두고... 불안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지닌 채 좌불안석하는 딸 동미니 심정민. 에게 바람이나 쐬자는 핑계를 들어 서천군 갈대밭으로 잘 알려진 신성리에 다녀왔다.
서른 넘은 지금에도 취업 관련 시험 압박으로 모든 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루기만 하는 동미니에게 훌훌 스트레스 풀겸 싸고 좋은 여행가자며 꼬드겨 집을 나시긴 했으나, 휴!! .. 춥고 바람 불고 게다가 비까지... 오는 터라 좀 음산하였다.
신성리 갈대 숲에서는 시( 詩) 향기( 香氣)로 넘실대고 있었으나 하필 날씨는 너무도 춥고 홀로 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이다 보니 버스 탑승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리를 뜨고야 만다.
갈대 숲 사이에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휘리릭 휘리릭 상큼한 소리 있어 발 길을 멈춘다. 참새보다 더 작은 몸집의 새들이 거칠 것 없어란 듯 자유로이 비상과 내려앉음에 분주하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그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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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찾은 신성리 갈대밭 입구에서 | 몇 년 만에 바깥 바람을 쐬러 나온 동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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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 高 2 때 처음 만났던 詩-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그 갈림길에 서 있는 ... |
어릴 적 아버지께 우리 맨 처음 할아버지는 누구냐고 물어보면 늘 '목은 할아버지란다' 하셨다. 우린 韓山 李氏인데 왜 시조 할아버지 姓은 모씨일까? 늘 궁금해했었다. ㅋㅋ 고려말 삼은(三隱)의 한 분으로 대학자 목은 이색이 쓴 글이다. . 시집온 직후 시아버님께서는沈溫과 목은 이색의 부친인 가정 이곡李穀선생과의 각별한 학연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沈門과의 인연에 대해.... |
<한산모시 홍보관>
한산모시 홍보관에 들어와 우아한 빛깔로 물 들여진 모시 작품들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와 그네랑 투호도 해 본다.널뛰기도 있는데 또 옛생각이 안 날 리 없지.겨울부터 이른 봄 무렵이면 햇빛 잘 드는 담 곁에 동네 애들이 모여들었다.우리 집 마루 밑에 가득했던 널판지들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둘둘 만 가마니를 가운데 두고 널판지를 올려 놓으면 이내 널뛰기 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그 당시 날렵했던 나는 얼마나 널을 잘 뛰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건만, 좁은 널판지 위로 두 발로 쾅 쾅 구르면 긴 머리 휘날리며 위로 폴짝 올라가고 이내 내리뛰면 다시 맞은편 아이도 발을 구르고 '콩당, 콩당' 한참을 널뛰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고무줄놀이, 널뛰기, 삔 따먹기, 땅 따먹기, 오재미, 다방구, 술래잡기,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등등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겁도 없이 잘들 놀았을까 싶다.
이곳 한산모시관 앞에도 그런 널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쿵덕 뛰어내렸 그 널판지보다는 훨씬 긴 널이다. 비교적 낮은데도 불구하고 한 번 구르고자 해도 도대체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뿐 아니라 행여 무릎이라도 다칠까 싶어 절로 몸을 사려야 했다. 그리고 넘어질까 하는 두려움을 사뭇 감출 요량인 양 허탈한 웃음소리로 무마시켜본다. 기우뚱대는 꼴하며... 달래 중년 아줌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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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꾸만 웃음만 나와...ㅋㅋ | 투호.. 던지기 |
서천 시장 앞은 신호등도 없이 자동차들이 질주하여 엄청 무질서하고, 길가엔 냉이며, 잡곡 등 파는 아주머니들이 시골장터를 이루고 있어서 그냥 분주해 보이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예서 좀 더 들어가면 서천군 마산면, 나의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엄마가 잠들어 계신 곳이다. 지척에 두고 보니 부모님들 또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