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著
Mar. 21, 2012
한껏 유명세를 타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더불어 유명해진 김난도 교수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진지한 삶의 목소리가 절절 흐르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20대 딸과 아들을 둔 엄마로서 이 젊은이들이 고뇌하고 아파하는 것에 동참하게 된다. 아니,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지난 내 청춘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글들은 50 대 중년의 내게도 전혀 비껴가지 않고 오히려 이렇듯 아파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과 더불어 이들을 더 보듬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내가 언제 또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겠는지... 아쉽고 또 아쉽지만... 내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기 이전에 황급히 마음에 닿는 귀절들을 옮긴다.... 여기에... 내게... 그리고 내 친구들에게....
그대는 연마하기에 따라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광채를 내뿜을 原石이다. 그대가 만약 대학에 있다면 더욱 큰 축복이다. 대학에서는 육중한 교문의 푸른 녹슬음, 우람한 교정 느티나무의 푸르름조차 가르침을 준다. 그래서 대학이 좋고, 그 대학에 다니는 그대의 젊음이 좋다.
모쪼록 나는 그대들이 더 어리석었으면 좋겠다. 너무 영리하게 코앞에 있는 딘 1%의 이익을 좇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자신의 열정에 가능성을 묻어놓고 우직하게 기다릴 줄 아는 투자가였으면 좋겠다.
그대의 열망을 따라가라.
-열망은 힘이 세다.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열정과 보람을 기준으로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좁고 험난한 길을 사서 가는 바보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열망(passion) 은 아픔이라는 의미의 ‘passio'를 어원으로 한다고 한다. 열망에는 아픔이 따른다.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바로 코 앞 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늦가을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는 되려 하지 않고, 다른 꽃들은 움도 틔우지 못한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2009 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어느 기자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계획을 세우지 마라.”-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엔 저걸 하는 식의 계획은 완벽한 넌센스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하지만 나는 적어도 20대 초중반에는 재테크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때는 종잣돈이 아니라 인생의 경쟁력을 비축하는 시기다. ... 궁극적으로 최고의 재테크는 나의 가치를 높여 높은 연봉을 받는 것임을 잊지 말라.
젊은 그대들에게 부족한 것은 스펙이나 학점, 자격요건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자기 보다 잘난 사람에게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질투하거나, 아니면 선망하거나... 질투와 선망의 구별은 상대의 성취를 깎아내릴 것인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것인가에 있다. 상대의 성공을 인정해 주지 못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질투라 한다.
그대에겐 인생의 오답노트가 있는가?
미래가 불안한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그 만큼 많은 가능성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목표를 세워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다가섰는데 막상 그 선택지는 거의 무한대로 다양하다. 무한대에 가까웠던 선택지가 하나 둘 줄어들 때,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면 당연히 고민의 폭도 좁아진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제일 좋은 시기에 무슨 걱정이냐?“고 말할 자격이 없다.
마음껏 고민하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검토하라... 온몸을 던져 생각하고 번민하고, 숙고하라.
청춘이 정녕 힘든 이유는 부단히 쌓아야 하는 스펙 때문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무섭게 마련이니까.
실제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라.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대의 좌절조차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 죽도 싶도록 힘든 오늘의 그대 일상이, 그 어느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염원한 하루라는 것을.
치열한 꿈꾸기의 상실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감이 아니라, 안정과 안락의 보수성에서 비롯한다. 슬픔이 시인의 양식이듯, 불안은 치열함의 방부제다. 실패에 내재된 개혁성만이 그러한 꿈꾸기를, 늘 꿈꾸기를 포기치 않는 질긴 나르시시즘만이 그러한 치열함을 가능케 한다.
作心三日 당연하다, 삶의 방식이란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품었던 단단한 결의는 사흘을 가지 못한다. 심지어 훌륭한 위인들도 작심삼일한다. ..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결심은 과거 언젠가 했던 것의 반복이다. .. 이처럼 결의를 실천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그 결심이 대부분 우리의 ‘습관’을 바꾸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습관을 바구는 일은 뇌 구조가 변해야 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달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한다. 작심삼십일은 돼야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삶의 방식은 결의가 아니다. 연습이다. 매일 연습하면서 자신을 조금씩 바꾸어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딘 것을 염려하지 말고, 멈출 것을 염려하라. 이 점을 받아들이면 ‘오늘’이 중요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 부터 실천하겠다고 한다. ‘내일 부터’의 결의는 마음의 위안일 뿐이다. 수많은 작심삼일이 존재하는 진짜 이유는 그 결의가 실은 오늘의 나태를 합리화하는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개선할수 있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교수에게 자주 찾아가는 것이다. ......... 그러니 이제 어려워하지도, 미안해 하지도 말고, 그대의 선생을 찾아가라. 왜 혼자서 그렇게 고민하고 어줍짢은 선배들에게 미숙한 조언을 구하려 하는가? 사회와 대학이 끊어놓은 사제의 연을, 이제 그대가 먼저 나서서 이을 때다. 주저하지 말고 그대의 선생을 찾아가라.
... 자신의 경험을 다른 세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더구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없이 관대해진다. 이렇게 미화된 기억에 토대를 두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당치 않다고 여긴다. 정말이다.
그럼에도 그대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가 하나 있다. 신문을 읽으라는 것이다. ... 신문은 그대가 ‘원하는’ 정보를 넘어, ‘알아야 할’ 정보를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매체다. 인터넷뉴스의 근본적 문제는 ‘자기주도적’ 정보검색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 자기주도적 검색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정보만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 신문은 지면을 넘기더라도 기사의 제목이나 면 구성을 흘깃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맥락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신문은 중요성에 비추어 다루는 기사의 양을 조정하므로, .... 해당 이슈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글쓰기가 필요한 더 큰 이유는 ... 바로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글은 여러 모로 힘이 세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우리말 단어장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는 통섭과 융합의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며 시대의 요구에 맞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학벌이나 스펙보다 중요하다. .... 자기 전공의 가치에 대해 그대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금의 전공과 다른 어떤 전공을 접목시키면 최대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가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는가?
우리 인생을 스포츠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극적인 승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하지만 스포츠 경기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승부를 뒤집는 그' 한 방'은 매우 작은 차이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눈에 크게 띄는 승부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하루하루의 훈련과 준비가 수없이 모여야 한다. 훈련장에서의 미세한 차이들이 차근차근 모여 비등점을 기다리다가 경기장에서 한순간에 끓어오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고 싶어 한다. 젊은 나이에 빨리 출세하는 것이 예로부터 최고의 소원이었다. ........ 하지만 시계보다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삶의 성공이란 퍼즐의 마지막 피스를 채웠을 때 판가름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인생의 성공이란 커다란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승부로 織組하는 것이다.
재미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예외가 없는 것일까?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이 차츰 의미 없는 습관으로 변질된다. ...... 의미 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를 '살믜 유일한 즐거움'이란 식의 변명으로 감싸지 말라.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것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 '1-1 원칙' 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하루에 1시간씩 1년간 투자하면 무엇이든 꽤 잘할 수 있게 된다'는 원칙이다. .......연습하는 자와 저축하는 자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연습과 저축은 모두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행위다......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 알아? ... 스탠포드 대학의 윌터 미셸이라는 학자가 실험을 했어.. 애들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지금 먹어도 좋지만, 15분만 참으면 하나를 더 줄게."라고 했다. 어떤 애들을 참지 못하고 바로 먹었고, 다른 애들은 용케 15분을 참아서 한 개를 더 받았다는 거야.그리고 15년이 흐른 뒤, 이 아이들의 수능성적(SAT)을 추적해봤는데... 15분을 참았던 애들이 800점ㅁ 만점에 평균 125점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거야. ..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사회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이른바 '마시멜로 능력'이야. ... 오늘의 고통 없이 내일의 성공은 없어. ... 거걸 바로 '자기관리 능력'이라고 불러. ..... 자기관리 능력이란 하루하루 조금씩, 실천하고 살짝살짝 늘어가는 그런 능력인 거야... 그러니까 며칠 못가서 '잉여짓' 하고 나서 self-control을 잃었다고 실망하고 포기하지는 마.
..........백보 양보해서 설령 엄마의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대가 엄마를 넘어서야 하는 당위는 분명하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크고 작은 만족과 슬픔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이것을 감내하는 것은 결국 오롯이 나다. 희로애락으로 촘촘히 짜인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삶이 '내가 내린' 결정이어야 한다. .......... 엄마를 넘어서라. 명심하라. 지금부터는 엄마가 그대의 가장 큰 적(敵)이다.
..........잊지 말라.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고 했다. '내 일'을 하라. 그리고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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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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