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Murakami Haruki
라일락74
2013. 10. 17. 12:4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학교 도서관에 新作 圖書 도착 메시지를 받고 달려가 사서로부터 추천 받아 읽게 되었는데 어떤 내용이냐고 먼저 물으니 소설 제목과 같은 내용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 같다며 소개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던 터라 마침 기회인 듯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내리자면.... 'no' ,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라는 거다. 작가의 정신 세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나 내 마음을 주었던 친구들로부터 멀어지는 게 인생에 대해 남같지 않다는 정도...
작가는 이름 성씨에 색깔(color)을 나타내는 漢字를 들어 이름에서 그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고자 한다. 이를 테면 미도리카와(綠川), 아카마스(赤松), 아오(靑海), 시라네(白根), 구로(黑) 등 각자의 인생에 색깔이 주는 이미지대로 삶이 흘러가게 만든다. 소설 제목인 '색채가 없는..'에서 처럼 색채 없는 듯 개성도 없어 보이는 쓰쿠르는 각각 색깔이 분명한 듯한 나머지 네 명을 찾아 자신을 왕따 시킨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 찾아 나고야에서 멀리 북유럽 핀란드까지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고 있다.
작가는 음악적 깊이도 상당한 것 같다. Franz List 의 피아노곡인 '순례의 해(年)' 중 1번 'Suisse' , Jazz 곡인 'Round midnight' 등 음악적 깊이가 좀 있어야 들어보게 되는 곡이랄까 하는 것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 곡을 들어본적이 없기에 유투브에서 연주 동영상을 찾아 음악을 들어가면서 소설을 이해하면서 읽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 이 곡들을 들을라 하니 놀랍게도 소개된 리스트의 '순례의 해'는 음반 판매가 급증하고 왠만한 클래식 매니어들도 잘 듣지 않는 곡이었음을 생각해보건데 하루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아마도 이 곡을 어지간히 클릭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나같은 독자들이 많구나 싶었다.
고교 때 네 명의 친구를 둔 다자키는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영문도 모르는 채 그들로부터 외면 당한다. 남자 셋 여자 둘이라는 구성비에서 남녀 둘 씩 엮어지면 결국 한 명이 혼자 남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면서 지내왔다고 생각해왔으나 따돌림 당한 채 고독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다자키는 결국 죽음이라는 길에 서고자 한다. 하지만 그 때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아 둔 채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된다. 건강을 다 잃어갈 정도로 몸이 상했던 다자키. 그러나 서른 여섯살이 된 그는 자신의 고향 '나고야'를 가능한 한 거부하며 도쿄에서 철도회사에서 일한다. 오직 철도역을 바라보는 것이 크나큰 즐거움인 다자키. 누구나 驛, 즉 정거장을 거쳐야 다음 역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네 명의 친구들을 애써 외면하지만 그래도 가슴 속 깊이 만나고 싶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고 자신의 삶에서 중요했던 것들을 되찾고 싶은 무의식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내 기억 속에도 있는 그 것들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소설 전반에 걸쳐 과거의 흔적을 현재 누군가의 만남에서 찾아내 연관시키는데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어느 날 별다른 이유 없이 나를 멀리한 내가 너무도 좋아했던 그 친구를 떠올리면서.. 인터넷 검색창에 그 이름을 치노라니 여전히 최상급 사무실에서 유창한 영어로 멋지게 일을 하고 있는 걸 본다. 벌써 30여년전부터 유럽으로 해외출장을 다니며 차츰 전문성을 키워나간 그 녀.
몇 해 전 남편이 급작스럽게 입원했던 S 병원 외래실 복도에서 바로 코 앞에 앉아 있던 그 애를 보았다. 그렇게도 서로를 좋아했던 우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 앞에 보인 그녀를 보고 나는 스스로에게 정말 놀라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이름을 부르긴 했으나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나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의 친구를 얼핏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를 금세 알아본 듯했다. 난 반가웠지만 여전히 그녀는 나를 보고 웃지 않았었지... 그리고 아주 형식적인 인사말을 한 5분 나누었을까?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 그녀에게 언젠가 왜 ??? 냐고 묻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알 것 같다. 우리네 인격이나 성격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결코 달라지지 않는 다고.. 검색창에 치면 나오는 그녀... 겨우 기간제 교사로 늘 부족한듯... 모자란듯....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가진 채 주름만 키워가는 나... 우리가 고 3때 짝꿍을 하면서... 대학시절 .. 적어도 3학년 초까지는... 그래도... 겨우 4, 5년을 엄청 가깝게 지냈으나 한참 에너지 넘치는 시절이었던 만큼 그 비중은 참 컸던 듯하다. 아니 ... 그냥 내몰린 기분으로 ...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