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쐬기

남산 벚꽃 길

라일락74 2014. 4. 9. 20:37

 

  

2014. 4. 5 (Sat.)

 

 " 正 二月 다 가고 3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이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요즘 애들에게 있어 고무줄 놀이란 너무도 생소하겠지만 내가 어릴 때는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르던 노래들이 많았다. 그 중의 하나인 이 노래는 이른 봄 아이들이 주로 양지 바른 처마 밑에서 애들끼리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했다. 요즘도  더러 생각나는 春  三月 돌아왔다.

 

  지난 겨울은 예년과 달리 비교적 추위가 심하지 않았던 터라 봄 꽃을 알리는 전령이 수 십년 만에 열흘도 넘게 일찍 찾아 왔다고 한다.  4 월이라 해도 늘상 바람은 제법 차가워서 봄 나들이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두터운 옷을 입고 남녘 마을 꽃 구경을 가곤 했는데 이 봄은 3 월말에 벌써 벚꽃 소식이 들려왔다. 벚꽃 축제를 기획해 온 각 지자체 단체들도 축제일을 변경해야 하는 등 비상 사태라는 소식도 들린다.  

 

 

 

   봄은 역시 벚꽃 흐드러져야 제 격인 듯.  

 

  오랫만에 명동역에서 내려 회현 방향으로 걸었다. 70년대 초반에 친구들이랑 재잘거리며 엄청 걸어다녔던 이 거리는 참으로 많이 변했다. 그리하여 오히려 낯선 거리 풍경을 보며  오래 전 그리도 쏘다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남산 3호 터널 입구에서 케이블카 설치대가 있는 데까지 서울시에서 설치한 '오르미'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길게 늘어선 줄에 끼어 들어 한참 동안 기다린 끝에 오르미를 타니 고작 2 분여 걸린다.  언젠가  가을 단풍 한껏 물들었던 남산 숲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탄 적이 있었다. 그 때 케이블카 유리창을 통해 공중에서 내려다 보는 가을 단풍숲이 어찌나 수려하고 아름답던지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서울에서 이런 만산홍엽을 볼 수 있는 것도 놀라웠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

 

 이번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봄 꽃의 향연을 누려볼까 싶었는데 ..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늘어선 인파...  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늘어서 있다. 한 50 여 분 정도 기다려야 탑승이 가능하다니 꿈도 못 꾸고 남산 순환도로로 들어섰다.  

 

 조지훈 시비(詩碑) 부근에서부터 국립극장 쪽으로 이어지는 약 3.2 km 거리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하였다. 조금씩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을 지닌 벚꽃들이 다투어 피고 이미 얼굴 내밀었던 꽃잎들은 꽃가루가 되어 바람결에 꽃비 되어 공중에서 흩날리고 있다.  연분홍빛을 머금은 하얀 벚꽃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모양은 마음을 참으로 짠하게 한다. 서울에 그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멀리 가기 싫다는 남편을 굳이 싸우다시피 해서 전북 진안 마이산까지 벚꽃 구경 갔었다.  4월 중순이었음에도 하필 눈 비가 함께 내려 춥고 소문에 걸맞는 벚꽃도 별로 없던 것 같다. 게다가 마음도 어찌나 쓸쓸했던지.

 

   자동차 운행이 금지 되어 있는 남산 순환도로는 자동차소음도 없고 사람들도 적어 더욱 한가롭게 거닐 수 있어 좋았다.   케이블카를 탄 적은 있지만 사실 수 십 년 만에 남산 길을 걸은 셈이다.  

 

  진작 이 길을 걸었어야 했다.  우리는 왜 항상 늦기만 하는지..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무뎌진 중년에 이르러서야 목멱산의 아름다운 벚꽃 정취를 함께 나누다. 오늘은 웃을 수 있었다. 벚꽃 터널을 보며 좋아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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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남산길    윤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