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탁기 만은....

라일락74 2015. 2. 25. 13:39

정말 오래 전이지만... 엊그제 딸을 시집 보낼 정도의 나이가 되었으니...

지금은 하늘 나라에 계신 내 친정아버지께서 맏딸인 내가 스물 다섯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결혼하겠다고 하자 너무도 서운해 하시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채 3년도 안 되 결혼하겠다는 딸이 무어 그리 이뻤을까를 생각해 본다.  어느덧 나도 당시의 내 나이보다 훨씬 더 많은 내 딸이 이제야 결혼을 했는데도

어찌나 서운하고 툭 하면 훌쩍이는 터인데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얼마나 섭섭하셨을까?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못 한 터라 혼수 장만도 여유로운 거 아니었을 무렵,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늘 기억에 맴 돈다.

우리 딸한테 다른 거는 못 해 줘도 세탁기는 하나 해 줘야 한다고... 사실 당시에 우리집에는 세탁기가 없고 짤순이라는 게 있었다. 1980년 결혼 무렵이라 세탁기를 사용하는 집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는데 시집 가는 딸 손 망가질까봐 그러셨는지 반드시 세탁기를 사 주마고 하셨던 것이다.

 

당시 半자동 세탁기로 탈수를 하려면 탈수통에 일일이 넣어야 했다. 그 후로 세탁기를 세 번 째로 쓰고 있는 지금의 세탁기다. 

그런데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늘 불편하게 생각되는 것은 바로 '찌든 때 지우기' 

세탁기가 우리의 삶에 편한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으나 셔츠의 목 부분, 소매, 양말 속옷  등 반드시 손빨래를 거쳐야  하는 세탁물은 손으로 애벌빨래를 해서 세탁기에 넣는다. 그나마 세탁기는 베란다에, 물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욕실은 실내에 있다 보니 애벌빨래를 해서 물에 젖은 세탁물을 세탁기쪽으로 옮기는 것도

귀찮아서 더러 손빨래로 아예 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어깨, 팔도 아프다고 징징댈 때가 많은데 이럴 때마다 아이들이 너무 깨끗하게 하려는 게 문제라며 사랑 섞인 핀잔을 주기도 한다.

 

맞다... 애벌빨래만 잘 되어 있으면 세탁기는 정말 긴요하고 편리하고 고마운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