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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

라일락74 2023. 8. 13. 06:11

2023. 1. 11. 출국(departure)

 

  이번 여행이 있기 까지의 우여곡절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을까.. 

지난 6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왔던 췌장 물혹이 갑자기 너무 커져서 조직검사를 했던 큰딸 심정민은 급기야 입원하여 췌장 물혹 시술을 해야 했다. 두 달 남짓한 기간이었으나 기도와 눈물, 불안을 겪은 후 장액성 물혹으로 판명되어 일단 암이 아닌 것에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출국 3일 전에야 항공권을 확인한 바 출국 입국이 각각 '쿠알라룸프르 - 인천' 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몇 달 전에 저가 항공권인 에어아시아 티켓  발권을 담당했던 작은딸 심정선이는 너무도 놀라고 늘 온라인 상에서 항공권을 구매했던 자신이 그런 큰 실수를 했던 것에 대해 어이없어 하면서도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보따리를 풀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치 6명의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혼미해 있었다.  얼마 전 남동생이 먼저 결혼한 것도 있는 데다 언니의 췌장 스트레스 등 모두 힘들었는던 바 정선이의 심리적 스트레스도 어디 만만했겠는가.. 

 

  에어아시아 사무소와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에어아시아 항공은 국내 연락 사무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만 홈페이지 상에서  챗봇으로만 문의사항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시간이 없었다. 정말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여 겨우 챗봇 연결을 하여 환불 약속을 받았으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환불받지 못할 경우 그냥 날라갈 판이었다.  출발하기 까지 3일여 동안 작은딸이 받은 온갖 스트레스를 글로 다 쓸 수도 없다. 울고..  챗봇 연결이 잘 안 되어 조바심치고 가족들로부터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느라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  겨우 챗봇 연결되어 상황을 전달하였으나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고, 이미 숙소 예약도 마친 터라 3명만 1차로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뿐이었다.  

 

 환불 받을 것을 희망하며, 급하게 Air Asia 항공권을 다시 티켓팅했고, 1주일 후 사위가 합류하기로 했기에 1주일만 머물기로 한 우리와는 여행 일정이 다른 아가들과 큰딸은 MH 항공(말레이시아항공사)으로 다시 티켓팅을 하여 이튿날 쿠알라 공항 도착예정이었다. 다시는  Air Asia 는 이용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 또 다짐했다. 큰딸 정민이의 췌장 물혹이 갑자기 커져 조직검사를 해야 했던 등 과연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시술은 잘 마쳐지고 장액성 물혹으로 진단받았기에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조직검사 후 2주 간은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데 겨우 그 기간을 넘겨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가족 간 갈등 또한 깊었지만 우리는 또 가슴에 묻은 양 이렇게 여행길에 올랐다. 

 블로그 평을 보고 예약한 레지던스 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도 없는 가격으로 4일간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이튿날 또 엄청난 사건이 생길 줄 알지도 못한 채...사실 최근에 모두들 넋 나간 채 오랜 시간을 보낸 탓도 있었다. 

 

1. 12

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아이들을 마중나갔다.  언제 티켓팅 실수가 있었냐는 듯 꼬맹이들을 와락 끌어안고 온 가족이 택시를 이용하여 숙소로 왔다. 어제 들렀던 대형 Q Mall에서 먹거리를 잔뜩 준비하고 저녁 식사 했던 데를 다시 들러 온 식구 합류하여 여행을 잘 해 보자 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가장 먼저 방으로 뛰어 들어간 우리 우성이.. 이제 만 29개월 된 녀석이 방에 들어가더니 그만 문을 잠근 것이다. 그런데 혼자 문을 열지 못하자 extra key도 없고, 프론트에 가서 물어봐도 전혀 조치를 취해 주지 않았다. 겨우 Janet라는 여성과 카톡으로만 수백 번 문자를 주고 받았으나 곧 해결해주겠다고 하면서 자꾸 시간만 끌었다. 같은 층에 묵었던 말레이시아 인들이 말레이어로 도와주려했으나 문을 열 방법이 없었고  우리 모두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었다. 아이는 방 안에서 울고불고..  우리는 문 밖에서 잠깐만, 잠깐만 .. 곧 열어줄 게  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눈물 바다였다.  그 때 하나님께서 도우셨다. 우성이가 혼자 문을 요리조리 돌려보았던지 문이 덜컥 열렸고 우리는 아이를 끌어안고 감사와 함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차츰 헤어나왔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이 레지던스 역시 작은딸이 총지휘하여 예약한 곳이기에 여기서 또 정선이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물론 온 가족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도 아찔한 시간들이었다. 

 

그 잘난 숙소에서 deposit으로 100달러를 요구하고 밤에는 갑자기 불이 나가(Black Out)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마저 벌어지는 등 아주 난리였다. 우리와 같은 31층에 묵고 있던 말레이시아 사람들 방도 불이 나갔지만 그들의 방을 담당하는 expert들이 다녀가 고쳐주었으나 우리가 묵는 방 주인하고는 연락이 닿지 않아 그 기술자들에게 부탁하여 겨우 전기를 고쳤다. 모든 것이 카톡으로만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너무 난감했다. 호텔이 아닌 곳에 묵는다는 게 이렇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최소한 별도 열쇠는 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정말 말이나 되나?  아마 방 몇 개 정도를 얻어서 카톡으로 혹은 댓글로만 숙소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영업인 것 같았다.  말이 그렇지 어린 아이에게 트라우마 생겼을 것 같아 노심초사..  다시는 다시는 레지던스에 묵지 않으리라.. .. 말레시아 여행의 초반은 이렇게 난리통이었다. 

 

1. 13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주요 교통수단은 택시..  높고 높은 빌딩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 건물들의 모양이 각각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평면적 건물이 아니라 입체감 있는 건물 외벽들, 제멋대로 난 도로들.. 도대체 적응이 안 되었다.  쿠알라 중심부에 있는 <수리아 몰> 내 <리틀 페낭>이라는 음식점에서 식사. 랜드마크 '쌍둥이 빌딩'  내부는 제법 잘 되어 있었고 볼만한 게 많았다.  그러나 중국 풍이 너무 강한 탓인지 여기저기 빨간색 일색이었다.  <과학관>은 상당히 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어른들에게도 볼만한 거리들이 많았다..  더워서 밖에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더니만 이곳에 오니 북적북적..

이곳은 전철 버스 택시로만 다녀야 한다. 이런 교통수단에 의지하여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너무도 뜨겁고 시원한 곳만 찾고 싶은데 어린 두 손자들은 어쩜 그리도 잘 걷는지 고맙고 기특하다. 

    말레이 궁

1. 15 일요일

9시 온라인 예배 후 퇴실 준비,  deposit 한 100불을 돌려받음. 이것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2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받는 등 말레이시아에 대한 첫인상은 완전 구김살.. 

 

라마다 호텔 이동

영어가 잘 통하는 4성급 호텔로 오니 직원들은 친절하고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일단 프론트에 짐을 맡겨놓은 채 파빌리온 몰까지 도보로 이동. 엄청 큰  Food Court에서 마음껏 먹어도 7천원 이상이 넘지 않는 편이다. 물론 고급은 더 비싸긴 하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우진 우성이 때문에 그나마 더워도 즐겁게 다녔다. 


 

1. 16 월

일루젼(Illusion) 3D 뮤지엄

말레이시아 거주민 중 순수 말레이 사람들은 30 % 정도라고 한다. 대다수가 중국인들과 이슬람 사람들인데, 쿠알라 그 높은 건물들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인이고 정작 말레이 사람들은 평범하고 너무도 서민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라도 한다. 석유 매장량이 풍부함에 힘입어서인지 택시 요금은 비교적 싸다.  월요일이라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입장객은 우리가족 뿐. 우우 형제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안내하는 분도 귀엽다를 연발..   

 

여기서 Bukit Bintang 역까지 오는 무료 버스인 GoKL Bus  를 탔다.. Isetan(이세탄)에 가니 이곳은 무척 화려함.

숙소까지 오는 중간 지점인 센트럴 마켓. 여기는 전형적인 서민들의 시장으로 70년대 우리나라 시장 통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식값은 저렴하지만 내부는  덥고 온통 울긋불긋 일색   종업원들 모두 지친 듯 큰소리를 내는 걸 듣지 못했다. 

말레이인들은 한국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인 듯했다. 강남 스타일, 감사합니다  심지어 부산국제영화제를 언급하는 이도 있는 걸 보니 대한민국 위상이 올라간 것 같긴 하다. 

시장에서 아기곰과 대화, 안녕!! 하는데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우성 지하철 내 - 하부자와 손주들 시티 투어
이모랑 물속에서 - 건똑 우성    

1월 17일 화요일

씨티 투어. 작은 승합차로 가족만의 시티투어 신청하여 쿠알라 시내 나들이를 하였다. 정말 훅훅 달아오르는 열기, 도대체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어떻게 살까 싶다.  코코넛 나무가 많아서 아이들이 잘 먹는 마일로 원산지가 바로 말레이  말레이 부(富)의 70%가 중국인이라고 하니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말레이 수출 1위는 석유, 2위 팜 오일.. 정작 말레이 인들은 변두리와 서남아시아 쪽에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니 안쓰러웠다. 이래저래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작은딸 정선 코코넛 트리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1층 라운지
  호텔 레스토랑에서 부페 과학관 내부-신기해 하는 우우형제
과학관 체험 3D 뮤지엄에서  버스 타고...

1울 18일 수요일  바투 동굴

여행의 마지막날..  그러나 우진이네 가족은 사위가 후발대로 도착하여 자기들끼리 또 1주일을 보내는 일정. 사위가 와서 딸 네 가족은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이동 ..  여기서 1주일을 보내고 왔다. 말레이시아를 여행지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 좋고 가까우면서도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며, 또 우우 형제들을 위한 <키자니아> 체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기대치에는 못 미쳤으나 두어 번 재미있게 영어로 설명을 듣고 온 모양이다. 

 

바투 동굴

기차를 타고 갔는데 그곳까지 가는데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아주 어려워서 우왕좌왕..  .부킷 빈탕 에서 Pasa Sentre   여기서 또 2 정거장 지나 플랫폼 2로 가는데 만만치 않았다. 

바투 동굴..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규모가 작다. 원숭이들이 제멋대로 활개치는가 하면 사람들의 물병을 휙 낚아채서 자기들이 물을 마신다. 워낙  잽싸게 달아나기 때문에 손에 들고 방심했다가는 낭패다. 272 계단을 올라가면 박쥐도 나오고 동굴 꼭대기라고 하는데, 나는 무릎이 아파 포기할까 했으나 우진이도 올라간다는데 싶어서 정선이와 우진이, 나 이렇게 3명이 끝까지 투혼을 발휘 .. 그것 치고는 정말 내부는 볼 게 없다. 실망스럽기 그지없음. 그저 힌두 사원같은 느낌만 받았다. 동굴 관광을 마치고 오후 5시에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로 귀환

여기서 아이들과 Bye Bye...   공항 버스가 트래픽으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모처럼 비가 내려 차창을 적시고 있었다. 

할아버지 손 잡고.. 너무 귀여운 우리 우성이, 건똑이 우진이가 할머니인 내 손을 꼭 잡아준다
바투 동굴까지 힘겹게 계단을 오르다
그렇게 올라온 동굴 앞에서.. 저 동굴 속에 들어가보니 신기한 게 별로 없건만..  
     

출국장.. 출국한다는데 왜그렇게 inspection이 까다로운지..  두 번씩이나 검색을 마치고 밤 11시 비행기에 탑승   정각에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였다. 드디어 taking off...   7박 8일 간의 말레이시아 여행을 마친다.

정말 울고 열받고 무서웠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어서 과연 이 여행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싶었으나 이렇게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돌아왔다.  예상과 달리 너무너무 덥기도 한데,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아서 그야말로 고생길이었지만 내가 언제 또 이렇게 가족여행을 다녀보랴...  감사하다.

 

핀투 역-환승 야경으로 보는 트윈 타워 푸드 코트(Food Court)
영어로 묻고 답을 할 줄 아는 우진이 센트랄몰  말레이 고유 문양을 입힌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는 우성이 네이마를 축구 유니폼을 사 입고 너무너무 행복해 하는 우진
전철이 들어오기 전  플랫홈
플랫폼으로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는 우리의 1.25배 인듯한 속도감
여기서 우진이의 네이마르 축구복을 샀다. 물론 헐값 - 정말 가격이 저렴하다. 시내 버스를 타고 우진이와 큰딸 
하부장, 작은딸과 우성이
쿠알라의 Land Mark 인 Twin Tower 센트럴몰 2층 식당-70년대 많이 보았던 듯한 여닫이 창문이 이색적 이 모습 또한 오래전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민들이 밀집해 사는 곳, 길 하나를 두고 오른쪽에는 고급호텔들이즐비하다 건강하게 잘 걸어다녀주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는 우진 우성 꾸러기 들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숙소에서 내려다 본 쿠알라 시내

 

 여행 이후...   에어 아시아로부터 바우처로 환불을 받겠느냐고 했으나 우리는 "No!!!"   할 수 없이 고맙게도 전액 환불을 받았다. 다만 얼마 쯤은 못 받을 각오를 한 터이지만 3일전이 마지노선이었는지 정말이지 운 좋게 환불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 않아도 늘 힘들어하는 내 딸 심정선이는 이번 여행에서 여러 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은혜 아니면 이 힘든 상황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물론 항공권 구매 실수는 돈 문제이기에 속이 쓰리면 그 뿐이었다.. 하지만 여행 이틀 째 어린 손자 우성이가 방에 갇혀서 울고불고 수십 여 분 간 끔찍한 상상과 더불어 두려움이 휩쓸고 갔던 그 시각을 생각하면 "은혜 아니면" 다시 찾을 수 없는 평안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