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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윷놀이@래미안

라일락74 2024. 6. 6. 12:33

단오.. 이름도 참 예쁘다.

살랑 바람을 타고 초록물 흩뿌린 듯 잎새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5월의 마지막날을 보낸 다음날, 어쨌든 바깥나들이 하기에 사뭇 상쾌하다. 작년에 이어 송파삼성래미안아파트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단오, 윷놀이> 행사가 열렸다. 느긋하게 아침나절을 보내려는 주민들에게도 일찌감치 아파트 내를 누비는 풍물놀이패의 꽹과리에 북, 장고의 흥겨운 가락에 창문너머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다 한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라면 덥석 끼어들기가 망설여지기도 하겠는데, 오늘은 시원한 바람과 옅은 구름이 들랑달랑하니 행사를 치르기에 그만이었다.

 

단오는 여름의 초입에 모내기를 끝낼 즈음인 음력 55일에 지내는 세시풍속의 하나로 재액을 막고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오늘날에는 설날·추석과는 달리 그 위상이 떨어졌지만, 다만 강릉 지역에서는 중요한 명절로 <강릉단오제>를 쇠고 있다한 10여년 전 쯤 강릉단오제의 행사를 잠깐 구경한 적이 있다. 탈춤이랑 모여든 사람들이 덩실덩실 축제분위기에 잘 녹아드는 것을 보았는데, 강릉 사람들의 자부심과 인심이 살아있었던 것 같다.

 

인근의 어느 곳에서도 송파삼성래미안아파트에서처럼 성실하고 짜임새 있는 행사를 치르는 데가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인근 초등학교 알림장에 이 아파트 <단오, 윷놀이> 잔치에 가 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을까.

 

관리소 뒤 자그마한 공간이지만 의자며 테이블 등을 설치하는데만 해도 협동심이 없으면 불가할 일이다. 일을 꾸리고 주관하는 아파트 부녀회 회장님과 회원들, 관리소 직원분들의 수고 덕분에 주민들은 느긋하게 흥겹게 이 작은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며 그 고마움을 이렇게 표하고 싶다.

 

동 별 대항 윷놀이, 제기차기, 훌라후프, 고무신 던지기 시합이 있었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부녀회원들이 부지런히 육전, 파전을 부쳐 일금 1천원.. 절편에 막걸리, 커피, 강냉이는 공짜.. 이런 난전이 어디 있노..

우리집 하부장은(할아버지) 윷놀이에 훌라후프까지.. 손자 우진이는 훌라푸프 1등상.. 게다가 행운권 추첨으로 국수 획득..

 

이렇게 토요일 오전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게 보냈다. 테이블에 앉게 된 처음 보는 이웃들과 간단한 인사말도 하다보니.. 몇 년 째 바로 아래층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본 것 같긴 하다. 이렇게 아파트에서의 생활이랄까, 아니 이렇듯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된 요즘 우리네 일상의 단면이다.

 

행사 마무리 즈음 도대체 부녀회장님이 어떤 분일까 싶어 궁금했는데 마침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눈이 큰 아이’ 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 분으로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인상을 받았다.

내년 단오.. 아니, 올 가을음악축제 ..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은혜요 감사할 일이다. 내가 나이가 많이 들긴 했는지.. 가까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아프고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환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