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2 목요일
별나무어린이집 졸업하는 건똑이, 우성
작년 3월초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가던 날, 만 세 살된 우성이는 낯선 그곳을 아주 강력하게 거부했었다. 물론 아직도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마뜩찮아 하는 편이지만. 할머니인 내가 데리고 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할머니인 나도 무슨 일이든 하고 싶기도 했지만 아가들만의 또래 관계 형성은 사회성을 익히는 첫 단계이기도 했으며, 또 아이랑 같이 장난감자동차를 가지고 기어다니며 '삐용삐용' 하는 놀이도 에너지가 달렸고, 나름 놀아줄 컨텐츠가 부족한 터이니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적절하다고 여겼다. 열심을 다 해 그림책도 읽어주고, 그림 그리기며 만들기 등등 머리를 쥐어 짜내며 우성이를 돌봤다. 바라만 봐도 나 조차 아이처럼 해말간 웃음을 따라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귀엽고 귀여운 우성이를 낯선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막상 어린이집 문앞에 가면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대는 녀석을 들여보내고 되돌아오는 시간은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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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뒤돌아보고 있는 우성이 | 우성이의 장난꾸리 뒷모습 | 열성 다하는 원장천챙님(우성이 말..) |
친절한 선생님들의 돌봄 속에서 아이는 단체생활에 잘 적응하였고 점점 야무져가면서 자신의 의견 표시를 다부지게 한다.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졸업하는 날이라니.. 어린이집 졸업식이라는 게 엄마가 참석해 주고 사진 몇 장 찍고 하는 거지 뭐 별 거 있으랴 싶었다. 그런데 졸업장을 받아든 세 명의 고사리 손들을 보노라니 눈시울이 붉어지고,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아, 우리 아가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어여쁘게 잘 자라주었구나.
우성이와 1년을 같이 보낸 은호, 지우는 똘똘하게 인사하는 모양새가 제법이었다. 그런데 몇 달 더 어린 우리 우성이는 그 옛날 교실에서 자꾸 엄마를 돌아보다가 야단 맞았던 할머니처럼 자꾸 딴짓을 한다. 킥킥.. 어떤 짓을 해도 귀여운 사랑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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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리플릿 | 원장님으로부터 받는 졸업장.. ㅎ ㅎ |
졸업식 가운을 입은 아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열 명도 채 안 되지만 교실은 만원이었다.
어느날부터인가 집에서 애국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한 우성이를 보면서' 엥! 애국가도 배우나보네.' 하고 생각했다. 또 어느날인가는, 졸업식 노래를 곧잘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물가(과) 백두차니(백두산이) .., 사랑하는 별나무를 떠나가게 되었네.. 우리우리 천쟁님(선생님) 안녕히 계체요.. 어깨 동물(동무) 내 동물(동무)
찰(잘) 있거라 또 보자‘ 아가들이 부르는 이 노래를 듣는데 울컥한다. 아, 선생님들이 애국가와 졸업식 노래 CD를 계속 돌려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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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무어린이집 원장님과 우성이 천쟁(선생)님 | 우성이와 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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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모와 할머니 | 이모 엉크가 입었던 cardigan 내 마음.. 울컥 |
이모 할머니 엄마와 우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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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식순에 의해, 국민의례 및 애국가 제창이 있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 '국기에 대한 맹세'를 이 작은 어린이집 졸업식에서 할 줄은 몰랐다. 엄마들과 선생님들이 애국가를 불렀고, 어린아이들은 졸업가를 불렀다. 와.. 아주 제대로 졸업식이 진행되는 걸 보니 뿌듯하였다. 그동안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많이 수고해 주신 덕분이고,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중요한 교육기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우성이는 이제 우진이 형아가 다니던 솔방울유치원을 다니게 될 것이다. 이 3명의 어린이들 모두가 <솔방울유치원>에서 다시 만난단다. 얼마 전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니게 될 유치원에 'mini 견학'을 다녀왔다.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어린이집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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