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 著 (샘앤파커스 刊)

라일락74 2013. 6. 7. 10:21

 학년초 학교 도서실에 비치할 책을 신청하라는 메시지를 보고 옳다구나 싶어 어떤 책들을 올려볼까 하면서 신청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은이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지 책 제목만을 보고 기혼남자들이 얼마나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나 싶어 골라본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장을 펼쳐 들면서 글쓴이는 TV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TV 심야 프로였던  ‘명작 스캔들’에 나와 생긴 거와는 달리 재미와 유익을 주는 내용들을 잘 풀어내는 엄청난 달변가였던 게 기억났다. 바로 방송에서 말했던 내용 중 일부가 그대로 담겨 있는 책이다. 

 

사람이 죽으면서 ‘껄 껄 껄’ -즉 베풀고 살 껄... 용서하고 살 껄... 재미있게 살 껄... 이라던지...

늘 즐겁게 살아야 진정 행복을 누릴 줄 아는 것이요.. 하찮은 것 같아도 늘 삶의 ritual이 필요하다는 거, 혹은 일상의 작은 기쁨을 주는 것중의 하나로 형광등이 아닌 아늑한 조명이 그렇다던가 하는 내용은 의외로 평범하면서도 긴요한 지적이다.

 

자신의 연애담과 實名 거론한 친구들과의 가감 없는 대화, 단편적 생활 모습 속에 담긴 서정성과 성적 담론 등이 솔직하고도 거침없이 피력되어 있다. 

봄이 되었는데도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면 그건 살아있는 게 아니다...라던가.. '기억력이 쇠퇴할수록 노화 현상이라며 슬퍼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또 다른 종류의 추상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추상적 사고가 있으므로 음악, 詩 등 문화적 사고를 즐길 수 있다' 즉 망각이 있어 삶은 만족스러워진다고 설명한다.

 

아기는 왜 장난감을 좋아할까? 인간의 상상력이 모방에서 출발하고 놀이의 심리학적 요소는 'as if 마치 ~인 것처럼' 이라는 상상력에 있다는 거다. 즉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걸 흉내 내는 게 놀이. 그래서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어른을 흉내내고 또 부모를 닮고 가족은 서로의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는 독특한 방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가족이 먼 곳에 있으면 그토록 그립다고..

 

무척 공감되는 부분 발췌...

'행복하면 죄의식을 느끼고, .... 휴일에 잠시 낮잠만 자고 일어나도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건가'싶은 이런 감정...  이런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이것은 바로 근면 성실을 강조했던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에서 오는 거라고...

 

내가 이렇게 blog를 그나마 들랑거리는 것은 ... 바로 자신의 삶을 드러내어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행위라고 한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관점을 즐긴다고...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가 재미의 내용이 된다는데... 관점을 바꾸면 재미를 느낀다고... 재미를 위해 사람을은 이야기를 만들고 새로운 맥락에 넣은 창조적인 노력을 하는 거라고...

 

가끔 남편도 책 제목에 있듯이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고 있겠다 싶고... 아니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 본 거 같기에

남편과 함께 이 책을 읽기 원했다. 그런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던히도 공감, 동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는데 남편은 시큰둥??

암튼 세상에는 너무도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 글쓴이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명지대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무척이나 입담 좋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난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자기만의 삶의 스타일을 즐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