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실을 갈 때마다 .. 읽을 책은 많은데 어떤 것이 적당할지 고르는게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막상 책 시렁에서 꺼내들라 치면 바로 그 옆 책들을 읽어야 할 것
같고 또 읽자니 눈이 아파 오고.. 뭐 이렇게 된다. 그러다 낯익은 이름을 보고는 무조건 집어 든 책이 바로 '사람 풍경'이다. 순전히 著者 때문에 손에 들었다고나 할까.
사실 작가 김형경이 쓴 소설(소설 제목이 떠오르지 않음)을 읽고 정말 너무도 정확하고 너무도 오래된 물건들을.. 심지어 대학 시절 등록금 고지서까지 간직하고 있다던 작가의 고백에 진저리를 친 바 있어서 그녀의 깊이 있는 글 솜씨를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이 싫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살미 어떻게 글 속에 표현되어 있을까?를 진정 궁금해 하면서, 아니 '심리 여행 에세이'라 붙은 제목에 이끌리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옛날
그 징하던 정확함과 집착 등 성격적으로 드러난 약점들을 다 소화해 내고 써내려간 글이었다. 읽는 내내 재미 있고 또 작가가 정신분석을 받은 이후 자신의 지난 날의 어두웠던 기억들을 승화시키고 이젠 삶을 더 정확하면서도 담담하게 바라보는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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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을 바라보는 作家가 심리상담으로 한껏 성숙해진 후 심리학에서 다루는 감정을 세 부분으로 나눠 기술했다.
1. 기본적인 감정들: 무의식, 사랑, 대상 선택, 분노, 우울, 불안, 공포
2. 선택된 생존법들: 의존, 중독, 질투, 시기심, 분열, 투사, 회피 , 동일시, 콤플렉스
3. 긍정적인 가치들: 자기애, 자기 존중, 몸 사랑, 에로스, 뻔뻔하게, 친절, 인정과 지지, 공감, 용기, 변화, 자기 실현
이렇게 나뉘어진 부분들을 통해 먼저 인간의 기본적 감정을 다루고, 그 다음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는 방어기제들을 통해 더 문제를 발생케 하는 생존법들을 돌아본 후 의외로 자신을 돌볼줄 모르는 우리들에게 자기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좀 더 당당하게 인간 관계에서 뻔뻔하리만큼 솔직하고 긍정적 변화를 이뤄내자는 의도를 표현하는 것 같다.
낯선 여행지의 빈 숙소에 들어설 때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데 이것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p191) 사실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집을 떠나 새롭고 낯설지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공간에 들어서면서 환호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생활의 일부를 끄집어내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충고, 조언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으며 그래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충고하려든다는 것이나, 칭찬하는 것마저도 내면에 소극적 시기심과 적극적 방어의식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낯선 도시를 방문하게되면 그 도시에서 만나는 특정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심리를 여행객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임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저 여행 자체만으로 좋하하고 경험으로만 인정하려는 나와는 달리 역시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과 탄탄한 글솜씨는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글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난 미술품들, 즉 그림이나 조각 등을 감상하면서도 미술품에 드러난 작가들의 심리 상태를 궤뚫어보는 놀라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고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아주 어렸을 적에 엄마와 헤어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엄마에 대한 애착 형성이 부실했음을 고백하는 동시에 찾아내어 담담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성숙함도 보여준다.
작가 뿐 아니라 감명을 받은 다른 사람들을 거론하면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로마 여행時 만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들고 있다. '피에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알만한 중견시인도 있었다는 여행자의 말을 듣고 과연 그 조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을 것이며, 그리하여 '연민' 이라는 의미의 '피에타'를 만난다. 미켈란젤로는 네 점의 피에타를 제작하였는데 한 점은 바티칸, 두 점은 피렌체에, 나머지 한 점이 밀라노에 소장되어 있는데 바로 이 밀라노 소장 작품은 그가 72세때 시작하였으나 끝내 미완성으로 남겨진 것이라 한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고스란히 주저앉을 듯한 예수를 성모가 뒤에서 안아 일으키는 형상이었다... '라고 되어 있다. 결연한 분위기가 나는 이 작품이야말로 生을 다 살아본 이후에나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피에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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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미켈란젤로 |
'피에타' 미켈란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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