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9 ~ 2. 1
북해도 3박4일 여행
그 동안 어찌 살았나.. 건강을 염려할 나이가 되니 이제야 세 자매가 처음으로 함께 다녀온 해외여행이었다.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함께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는 자매들이 겨우겨우 일정을 맞추었다. 언니 동생 노릇 잘 하지 못하고 이제 서로를 헤아려 가며 살만하니까.. 아니 제부가 퇴직하고 이제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며 겨우 인생을 즐길만한 상황이 되었건만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여려워져가는 동생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조카 정아가 새벽에 인천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혼자 많은 것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아픈 엄마를 위해 제주-서울을 한 달에도 몇 번씩 다니는 씩씩한 정아는 자신의 엄마가 좋은 추억 만들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텐데, 공항에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인숙이는 벌써 여행 끝인 듯 지친 표정이다.
뒤늦게 여행에 참여하겠다고 달려든 조카 성범이는 이모들의 기대에 걸맞게 순발력 넘치는 개그와 재치로 시종 분위기 메이커는 물론 가이드 역할을 너무도 잘 해 주어 여행 내내 웃고 즐거웠다.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드는지 셀카 찍는데 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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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스타 | 사이로 전망대 주변 눈 밭에서 자기도취에 빠진 성범 | 어딜 가나 설국 |
1. 29
사포로 신치토세 공항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눈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첫 발을 디딘 공항 주변은 그다지 눈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아침을 거의 굶다시피 하고 먹게 된 첫 식사이자 점심 식사이건만 한 젓가락도 안 되는 단무지 등 반찬 등으로 다소 실망스러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점점 따뜻해져가는 북해도는 올해 특히 더 적설량이 적다고 한다. 그래도 차창 밖을 통해 빼곡하게 들어선 원시림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노라니 일본이 어마어마한 삼림국임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길가에 늘어선 자작나무 군락은 무게를 이기지 못할 만큼 눈송이로 덮혀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하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유황온천
유황 냄새가 싫지 않다. 화산 활동에 의해 생겨난 온천으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부지런히 올렸던 사진들을 통해 짐작했던 바와는 달리 온천 규모도 작고 오죽하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던 지옥계곡이라는 명칭에서 풍겨지는 어두운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단한 홍보에 또 속은 듯하다.
내용을 입력하세요 | 유황 냄새 가득한 노보리베츠 |
도야 호수
- 화산폭발로 생겨난 화구에 물이 고인 칼데라 호수. 호수 둘레가 43 km 수심 179 m 라니 어마어마한 크기로 1년 내내 얼지 않으며 수심 5미터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고 한다.
쇼와신산(昭和新山)
-1943년 화산 활동으로 인해 약 2년 동안 지반이 조금씩 솟아나서 만들어진 해발 402미터의 아주 낮은 활화산. 소화昭和 년에 새로 생긴 산이라고 하여 '쇼화신산'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산은 전 세계에서 종(Bell) 모양으로 유일한 베르니테카 形 화산으로 북해도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시끄러웠던 시절, 아무도 이곳을 주목하지 않았던 바로 그 때 現地의 한 우체국장이던 미마츠 마사오는 평범한 밭에 불과하던 이 곳에서 어렴풋하게 지각 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이 다름 아닌 화산 활동이었음을 알게 되자 이곳을 혼자 측량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마다 언덕이 높아지고 오늘날 세계에서 유일한 화산형태를 지닌 작은 산으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하고 그 과정 일체를 관찰하고 기록한 위대한 작업의 결과로 오늘날 북해도의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보살핌과 세심한 노력과 정성으로 이 화산은 아무에게도 노출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기에 그 우체부의 헌신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동상도 세워주었다고 한다. 쇼와신잔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측정기를 앞에 두고 관측하는 모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세상에는 참으로 대단한 열정으로 삶을 살아낸 이들이 많은데 여기 그러한 한 일본인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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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신산 |
해마다 높아지는 땅이 점점산으로 변해가는 것을 확인한우체부의 동상 | 노보리베츠 가는 길 |
- 샤이로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야 호수. 샤이로 전망대 주변 - 역시 하얀 눈 밭이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자작나무가 운치있게 서 있는 풍경에 마음까지 환해진다. 온통 깨끗한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곳으로 마음껏 소리지르며 어린 아이처럼 소리지르며 뛰어나녔다. 겨울이 되어도 눈 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겨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아무렇게나 눌러도 화보가 될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원 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북해도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중에는 가히 세계 최상급이라 할 제품들이 한둘이 아니라지만 그 중 북해도 요구르트는 여지껏 먹어본 중 최고였다. 요구르트를 먹고 난 다음에는 목구멍에 뭔가 끈적이는 게 달라붙는 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북해도 요구르트는 먹어보지 않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만큼 꿀맛 유산균이다. 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유제품이 고급인 것은 홀스타인 종(네덜란드 산 젖소)이 처음으로 북해도에 도착한 이래 137 代까지 내려온 젖소로부터 짜낸 우유로 만든 때문이며 오직 북해도만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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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주변은 온통 설원 맑은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한다. |
도야 호수 -아무리 추워도 1년 내내 얼지 않는다고 함 | 신나는 동생 |
조잔케이
-천연온천물로 목욕을 할 수 있는 료칸형 호텔... 대욕장이긴 하지만 노천 온천이 밖에 있어서 얼굴을 찬 공기에 내밀고 몸은 뜨거운 물에 담그는 온천욕으로 기분이 한결 상승되었다. 다만 호텔에 늦게 도착하였기에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온천장으로 이동하고보니 겨울이라 금세 어두워져 바깥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이내 굵은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으나 어둠 속에서는 그 낭만적인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툭 트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위로는 지붕처럼 드리워진 데라 펑펑 흩날리는 눈을 온 몸으로 즐기며 온천하는 호사는 누리지는못했다. 그래도 일본 여행의 백미는 온천욕이 아닌가 싶을 만큼 매력적인 터다.
1. 30
유럽에서와 달리 가까운 나라 일본 음식은 우리네 입맛과 그닥 다르지 않아서 호텔 뷔페는 정말 맛있었다. 3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하여 중간 도착한 곳은 링구르테라스... 요정의 집 정도의 의미라고 한다. 작은 수공예품을 파는 두세 명 들어갈 만큼 작은 크기의 집들 사이로 난 눈 길은 정말 요정이 나올 것 같이 아기자기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맛있는 식사만으로도 즐거웠다.
후라노 비에이
-up Down 형태로 펼쳐진 구릉지대... 정작 영화 '러브 레터'의 촬영지는 아닌데 영화 속 그녀가 두 손을 입에 대고 '오 겡끼 데스까' 하고 외치던 그 장면이 이곳과 오버랩된다. 일본의 눈은 수분 함량이 적은 밀가루 눈(powder snow)이라서 옷도 덜 젖고 신발을 신고 걸어도 그다지 오염되지 않아서 깨끗하다. 그대신 뭉쳐짐이 적어서 눈사람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설원에 듬성듬성 보이는 집들은 동화 속 오두막처럼 보이고 팔딱팔딱 뛰기도 하고 소리치며 놀고 싶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너무도 멋진 설원과 저 멀리 언덕 위에 달랑 한 그루 서 있는 이름하여 '크리스마스 트리' 라고 한다. 어찌 되었건 북해도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동생들 조카와 함께 하는 여행길은 비교적 순탄하고 즐거웠다. 여기에 사진 찍는 재미까지 ... 맑은 하늘과 끝없는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화보처럼 멋지다. 이 즐거움을 다른 가족들과도 누려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화산,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늘 불안할 것 같은 일본인들에게도 특혜가 있다니 바로 요즘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하는 초미세먼지가 일본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기도 맑고 상쾌하다. 한 번이라도 더 깊은 호흡을 해 본다.
-여름에는 이 드넓은 구릉에 보랏빛 라벤더가 환상적으로 피어난다고 하는데, 대단한 넓이임에도 인구는 고작 3만명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북적대고 있으며 저 하얀 눈 밭 위에 서 있는 고작 한 그루 나무를 보기 위해 모여 든다고 한다. 나무 한 그루지만 주변에는 텅 빈 공간으로 가슴이 확 뚫리는 환상적인 장면이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을까. 가득 메워져 있는 것보다 단조로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최대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일본 CF에 자주 나온다는 패치워크 웨이 patchwalk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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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 내용을 입력하세요 | 눈 밭에 누워도 조금도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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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선 자작나무 행렬이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 설원 위의 단 한 그루 |
자작나무 늘어선 길 |
-시키사이노 오카 : snow l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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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매달려 폭발적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는 눈썰매 | 내용을 입력하세요 | 어린 아이처럼 |
오타루
- 오타루의 랜드마크인 오타루 운하
-오르골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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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에 귀를 기울이는 순진무구한 모습의 동생 | 오타루 운하에서 셀카 | 오랫만에 함박눈을 맞으며... |
1. 31
삿포로
-성범이는 여행 출발할 때부터 무조건 양고기를 먹겠노라 했다.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내심 휴~~ 느끼하고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듯 싶어서 메뉴가 바뀌기를 은근히 바랐다. 그러나 마지막 날 저녁 식사는 자유식으로 매식해야 했다. 다들 양고기를 먹으러 간다기에 그냥 따라간 작은 선술집 분위기의 '다르마' 라는 집으로 갔다. 거기서 .. 가이드의 말대로 북해도 양고기는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기에...
반전.... 내 예상과는 달리 그 식당에서의 양고기는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조금 더 먹고 싶을 정도였을 만큼... 다만 너무 좁아서 열댓 명 정도 겨우 앉을 만한 스탠드 바 형식의 식탁에서 먹는 양고기와 맥주 한 잔은 설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해주었다.
-오도리 공원
- 구 도청사
- 삿포로 시계탑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북해도 여행이다. 우선 먹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느끼한 것 잘 먹지 못하고 고기 종류 그닥 당기지 않는데 반찬 빵 해산물 등 매일매일 푸짐한 메뉴에 즐거웠다. 북해도는 한반도의 4배나 큰 면적이지만 인구는 서울시 인구 정도라고 하니 우선 너른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차창 밖으로는 연신 쏟아지는 하얀 눈이 만들어낸 동화 속 세상이 펼쳐져 있으며, 가는 곳마다 다양한 음식과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삿포로 위주로 돌아보는 여행 상품들이 많지만 개인 여행자들 또는 이미 북해도에 맛을 들인 여행자들은 삿포로가 아니라 북해도의 북쪽 지역, 즉 오오츠크 해와 맞닿는 지역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삿포로에서 330 km 거리인 아바시리 지역으로의 여행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유빙을 보기 위해 ... 쇄빙선을 타고 .. 눈부신 얼음 바다를 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리바시 역에서 사 먹는 그 귀한 성게알 연어알이 듬뿍 올려져있는 에키벤 사진을 보니 와. 군침이 돈다. 북해도는 매력 덩어리 여행지라고 할수 있겠는데 또 언제 갈 수 있으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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