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타이베이에서 걷기

라일락74 2018. 2. 26. 09:44

 

 

 2018. 2. 12 (월)

 집에서 멀기도 하지만 인천공항으로 갈 이유가 없을 만큼 쾌적한 김포공항 국제청사에서 Tway 항공을 이용하여 대만 송산공항에 도착했다. 자유여행인만큼 똘똘 여행 가이드인 정선이한테 잘 보여야 함.. ㅎㅎ

 이태리 여행 이후 가족 여행으로 준비한 대만 여행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하는 준용이와 이것저것 힘들어서인가 만성 두통에 시달리던 정선이와 함께 떠나려 했던 것인데 대학원 기숙사에서의 마무리 작업 때문에 대타를 구하지 못해 결국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 주니와 함께 떠나지 못하고 셋이서 다녀오게 되었다. 우리 준용이의 유머와 재치가 빠지면 그만큼 여행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도 있지만 그나마 가족여행의 취지에 못 미치겠는지라 시무룩 연발이었지만... 

 

 대만이 작은 나라라는 생각에 그만하면 될 것 같았던 3박4일 기간은 너무 짧아서 정작 세계 4대박물관에 속한다는 <대만박물관>은 다녀오지도 못했다. 나중에 관련 책을 읽어보니  중국공산당에 밀려난 국민당 장제스가 대만 섬으로 도망나오면서 배로 엄청나게 본토에서부터 실어나른 보물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세계 4대 박물관에 들 정도로 정말 볼만하다고 하는데 이곳에 들를 여유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한 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만은 대만 사회의 주류인 한족(漢族)들이 중국 대륙에서 이주해 왔고,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는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으나 중국인의 일부라는 '범중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중국과의 이해 관계를 떠나 중국인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말이다. 1945년 8월 일본 패망 이후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는 1949년 국공 내전에서 패배한 후 Taiwan 섬으로 도주하여 중국공산당과는 이념적으로 대립을 이루는 자유중국을 세운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1970년대까지는 대만 이라고 하지 않고 자유중국이라는 국호로 불렀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택한 대만은 자유중국, 공산당 정부인 중국은 중공으로 불렀다.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만 전철 MRT를 타고 타이페이(臺北) 중앙역에 도착..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규모와 복잡함 때문에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성비 좋다는 최고의 Food Court를 찾아가는 길은 많이 복잡했으나 찾아가 보니 그 규모가 꽤 컸고 손님들도 많았다.(Breeze Taipei - 微風臺北車驛) 그리고 친절했다. 하지만 막상 점심 식사로 고른 음식들은 하나같이 느끼하고 진한 향이 배어나와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아, 이래서 고추장이나 김을 갖고 다녀야 하는구나..

 

 타이페이 M 호텔

-서울 한 복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복잡한 중앙역에서 한참을 걸어 겨우 찾은 M 호텔은 골목에 자리한 곳으로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영어도 잘 하고 친절하다. 하루 종일 맛있는 원두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니 도착부터 기분이 좋았다. 작은 규모의 호텔이었지만 호텔 정문 앞쪽으로 쉼터로 꾸며진 곳이 있어서 잠시 쉴 수 있었다. 이런 호텔을 찾기 어려웠을 텐데 애들이 열심히 블로그 후기를 읽고 고른 곳이라고 한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족실을 구할 수 있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이곳에서 사흘을 묵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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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pei M Hotel 프론트   호텔 정문 바로 옆 커피머신   내용을 입력하세요

 

 

 시먼(西門)역

 M 호텔에서 도보로 7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시먼역으로 가기 위해 왼쪽 길로 들어서면 오디오, 카메라 등 일본의 유명브랜드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즐비하다. 일본 풍의 건물 등을 많이 볼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서문역 주변은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슷한 데라니까, 말하자면 강북쪽에서 다소 오래 된 화려함과 복잡함이 공존해 있는 곳으로 보행자들의 거리라고 한다.  쇼핑몰과 백화점, 발마사지샵 등 상점으로 번화하다. 그러니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것 같다. 길 건너편에는 경찰청 등 관공서도 눈에 띈다.

 

롱산쓰(龍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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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도 중국인들임에야... 빨강색을 안 좋아할 리가 없으나 그래도 중국보다는 덜 한 것 같다. 절 안에 들어서니 역시 진한 향초로 인한 역한 향내로 인해 견디기가 힘들다. 사원 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불상 앞에서 두 손 모아 비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1740년에 건립된 사원으로서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으로 타이페인 서문역에서부터 걸으면 약간 다리 아픈 정도로 걸을만하다. 밤에 도착하고 보니 조명으로 인해 사원 전체가 화려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도교 사원이라고는 하지만 불교 사원 느낌도 있으며, 남녀노소 진지한 모습으로 참배하는 모습을 통해 대만인들의 종교생활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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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산스 - 휘황찬란한 치장
참배하는 신도들

 

 

 

  2. 23일

 오전 : 친수이 공원 노천온천(신베이터우역)   꽃보다 할배 에서 들러서 유명해진 온천으로 1인당 40 대만 달러  우리돈 약 1600원

     역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한참 걸으니 온천 호텔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우리가 갈 곳은 TV에서 본 바로 그 곳... 20여분을 걸어가니 오른쪽에 허름한 입구에 매표소가 보였고 시간 별로 손님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이 온천은 그야말로 완전한 노천 온천으로 시설이 좀 형편없어 보였다. 수영복을 갈아입는 곳도 어설프고 샤워 시설도 제대로 없었다. 어쨋거나 온천은 3단계 높이로 되어 있다. 가장 뜨거운 꼭대기 온천에서부터 그럭저럭 견딜만한 온천까지..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싼 값으로 들어오는 곳이니 정말 이들의 삶의 현장에 동참하는 그런 분위기의 온천이었다. 더운 나라에서의 온천이라... !!  그나마 겨울이라 온천 여행이 가능한 것 같다. 이런 곳에 '꽃보다 할배' 팀이 다녀갔다니 그 유명세를 탔고 우리도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 그리고 차마 ...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남편을 이리저리 돌린 우리의 불찰로 폭발된 가족 비화... 어이 없는 상황에 관한 것은 그만 적을란다.

 

 

오후 : 중산역 하차

        푸다증지아고관 : 골목에 있는 숨은 맛집으로 만두, 짜장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데 꽤 맛있다.

 

  화시지에 야시장(華西街夜市)   

  롱산스 관광 후 서먼역 쪽으로 나오다 보면 화시지에 야시장이 있다. 떠들썩하고 서민적 분위기가 넘치는데 먹거리가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 드는 건 없다. 진한 냄새와 먹기도 전에 느껴지는 느글거림으로

... 먹거리 천국 대만 이라더니 과연 그러하다. 진짜 진짜 먹거리가 풍부하다. 그러나 내게는 그림의 떡

초입부터 코를 찌르는 느끼함 가득한 향내로 가득하거나 기껏 집어 든 간식거리도 너무 달아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붕어빵도  다 그러하다. 다들 잘도 먹는다. 우리네 입맛에는 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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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 총통 동상
수비군 교대식
 자부심 넘쳐보이는 근위병들의 절도 있는 의식

Changai Memorial

 

 

101층 World Tower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는 무역센터.  서울의 강남역 부근 정도 될까 .. 그렇다고 강남역의 빌딩숲처럼 가득한 것은 아니다.  대만에 있는 나흘 동안 날씨는 아주 맑고 쾌적하였다.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정보에 의해 세 개씩이나 챙겨 갔건만 무용지물.  그러나 날씨가 여행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무역센터 건물에는 초호화 명품 shop이 있다. 아무튼 크고 넓긴 한데 사람들은 많이 없다. 지하 Food Court . 먹거리가 넘쳐나지만 나에게는 하나같이 달달하고 느끼함.

 

대충 둘러보고 융허제 거리로 버스를 타고 이동

버스 기사들은 대체로 성격이 급한 듯.. 빨리빨리 타라고 한다. 대만에 있는 동안 버스도 네 번 정도 탔는데 다 비슷했다. 융허제 거리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먹거리가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그 유명하다는 망고 아이스크림 집이 있다. 그러나 홍보와는 달리 먹지 않는 게 낫다는 일부 충고에 따라 빙수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고, 대신 공차를 마셨다. 우리 돈으로 1200원인데 양도 많고 말랑말랑 조근조근 씹는 맛이 그만인 타피오카도 듬뿍 넣어준다. 진짜 신났다.

 

장개석 기념관(Chingai Memorial) 

장개석 기념관에서 멋진 근위병 교대식,  마치 로보트가 움직이는듯한 이들의 절도 있는 동작은 정말 느리지만 강인함이 가득한 볼 거리였다.   장제스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데,  장제스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자료들을 통해 대한민국과의 교류, 또한  잘 생긴 외모가 눈에 띄는 중국의 국부였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제사 말이지만, 대만 여행 후 '대만' 관련 책을 빌려 읽노라니 장제스와 손문(쑨원)의 관계, 국공합작이며 대만으로 쫒기게 된 역사적 배경과 대만고궁박물관에 중국에서 내로라 하는 어마어마한 유물들을 갖고 온 내용 등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그러한 고궁박물관을 못 간 것이 참 아쉽다. 처음 대만에 내려서 참 소박하고 건물들도 볼품 없어서 대만이 무슨 관광지로 인기가 있으려나 싶었으나, 실리와 내실을 중시하는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또 언젠가는 그들이 중국 본토를 수복한다는 소망의 근거에 의한 것임도 알게 되었다. 일본 식민지를 거쳐 굳이 중국 본토로 가게 될 것인데 새로 건물을 짓고 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이라 여기는 대만 국민들의 정서임도 여행 이후에 알게 된 것.

 

장제스 기념관을 나와 1.5 km 정도 걸으면 다시 서먼역이라 해서 버스를 탈까 하다가 다소 힘들더라도 걷기로 했다. 마침 어느 대만 남성이 우리가 여행객임을 알아보고는 유창한 영어로 길 안내를 해 주었다. 장여행자가 되면 으레 하게 되는 이런저런 흔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먼역 발마사지 샵이 즐비한 곳이다. 여기서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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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內 해시계
가는 곳이 장날 .. 하필 박물관 휴관일

新北投(신베이터우) 驛舍

 

 

대만 먹거리

 

*  펑리수 :

- 파인애플 천국이라는 대만 과자.

 대만 전통혼례에서 갖추게 되는 예물 떡 6가지 중 하나가 파인애플로 만든 것인데 바로 이것이 평리수의 시원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 진주나이차 :

- 茶 속에 들어있는 검은색 알갱이..  주성분은 타피오카인데 열대지방에서 나는 뿌리식물에서 뽑아낸 것이라고 함. 이 타피오카를 넣은 음료수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인기인 孔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