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Beautiful Laura Moon

라일락74 2012. 2. 7. 23:26

 

  Feb. 3, 2012

 

  로라 문 Laura Moon은 이화여대에서 원어민교수로 TESOL 강의를 하고 있는 외사촌 여동생 은애의 美國 이름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40대 중반인 은애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멋쟁이다.  작은 얼굴에 크고 오똑한 코가 볼수록 예쁜 보기 드문 美人인 것만으로도 부러운데  博士 학위를 두 개째 도전하고 있는데다  마음 씀씀이도 이뻐서 같은 여자로서 시샘이 날 지경이다.

 

 

 

  1993년 여름, 큰딸 아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미국의 몇몇 도시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74 년 무렵 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San Jose에 살고 계셨던 큰외삼촌 댁을 먼저 방문하였다.   그 옛날  장위동에 살고 계시던 외할머니댁에 갔을 당시 외사촌 여동생이던 열살 짜리 꼬마였던 그 애가 바로 은애인데 그녀의 외할아버지를 닮아 그림을 무척 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부러워한 기억이 난다. 바로 그 애가 지금의 Laura인데 그 동생이  갓 결혼을 해서 LA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큰외삼촌께서는 멀리 미국에 온 조카를 위해, 또 내친김에 딸 은애도 만나보기도 할겸 자동차로 예닐곱 시간여를 운전하여 LA까지 데려가 주셨다.  

 

  이후로 뉴 저지에 살고 있는 친구를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은애는 또 마침 뉴 저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프린스턴에 살고 있었다.  어쨋든 얼굴을 자주 만나볼 인연이었는지 은애가 뉴 저지까지 찾아와 주었고 함께 밥을 먹었다.

 

  그로부터 또 몇 해가 지난 즈음 그들 부부는 한국의 대학에서 각각 강의를 맡게 되어 이젠 아예 외삼촌 내외분 모두 우리나라에 다시 역 이민을 오게 된 것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춘향이'와 '대각선'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애먹었다는 Laura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나 빠르게 한국말을 구사하는지 얘는 언어에 탁월한 지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금세 체화되어 고국의 생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

 

   아무튼 20 여년 전 갓 新婚 이던 '은애 아줌마'를 LA에서 만날 수 있었던 딸 애는 은애 이모와의 만남을 비교적 낯설지 않아 했다.  작년 임용고시 2차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동미니의 이번 중등교사 임용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한 턱을 오히려 제가 낸다. 딸 애는 고르곤졸라 피자, 해물 리조또, 크림 스파게티 등을 미어지게 먹으며 얼씨구나 좋아한다. 아니 어쩌면 맛있는 것을 먹게 해 준 것은 부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동미니가 공부하는 영어교육학, 영어학 등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또한 자신이 곧 쓰게 될 논문에서 다루게 될 대상이 중등교사라니 동미니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이루어지는데 있다. 동미니 역시 자신이 공부했던 영어학 관련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생각할 때 일종의 동료 의식마저 생긴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1 년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Laura 의 시간을 뺏은 거 같았지만 동미니와  함께 작업할 某 종의 일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제안에 영어 공부의 끈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어쩌다 한 번 만나는 정도이지만 만남 내내 흡족함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감사한다. 너무 많아서 다 마시지 못할 거 같다던 아메리카노 커피를 다 비우고야 우리는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