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6, 2013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동창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고 하기에 너무 반가워서... 아니 쉰 중반 친구들이 활발하게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초딩 카페에 가입하여 슬슬 눈치를 보았다. 어찌하다보니 초등카페 총무가 연락을 취해왔고 반갑고 못 이기는 체 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사진 속 50대 아줌마들의 얼굴에는 그래도 복도에서 마주했거나 혹은 5학년 때 아니 그 이전에라도 같은 반을 했던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도대체 40년도 더 오래전에 만났던 얼굴 모습이 그대로 있다니. 친절하게도 초등학교 앨범이 스캐닝되어 올려 있었기에 또 반가운 마음에 요리조리 훑어보니 그제사 사진 속 여인들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들이 살아 있다.
카페지기의 봉사 정신이 아니었더라면 이 모임이 그렇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1968년도에 #숭례초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이라는 사실을 확인 사살하면서 카페지기는 내 블로그를 방문했고 그로 인해 내 생활의 일부가 살짝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블로그라 해 봤자 나 혼자만 이따금씩 몇 자 올리는 수준이라 누가 내 房 窓門을 두드릴 줄은 정말 몰랐는데 ...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모임이 있을 적마다 회장, 총무가 열심히 전화를 주었다. 하지만 번번히 45년만의 마주침에는 자신이 없었다. 이번 2월 모임도 역시 총무가 또 연락을 주었기에 Hu 모임과 겹치는 시각이었으나 번개팅이었던 휴 모임에는 茶 마시는 데로 가기로 하고 정말 큰 맘 먹고 모임 장소인 을지로 방면으로 향했다.
드디어 약속장소인 그 추어탕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동창들의 視線들이 일체 나를 향했고 곧 그들은 아, 지금 들어서는 저 키 작은 저 중년 여자가 바로 카페에 들랑거리던 누구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친목을 이뤄오고 있던 터이니 다 같은 마음으로 이방인처럼 보이는 내게 어색한 눈길을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쑥스럽기도 했지만 얌전한 체 했다. 그래도 #허현숙 총무는 자꾸 말을 걸어 주고 음식을 권하는 등 진심어린 친절 같아 기분이 나아졌고 카페지기님과 몇 년 간의 워싱턴 근무를 마치고 산업은행 본부로 돌아왔다는 남자 동창과 뭐가 고마운지 자꾸 나와 주어 고맙다는 말로 사람 좋아보이는 J 동창이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한 테이블 건너에 모여 앉은 여자 동창들은 이름은 모르겠으나 대부분 낯익은 얼굴들이고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였다. 심지어 우리 반 했던 친구까지 나를 통 모르겠다는 눈치다. 나는 그 친구가 들어서자 전혀 낯설지 않았고 그 옛날보다 참 이뻐졌다는 생각을 했건만....나는 그들을 기억하는데??? 내가 그리도 존재감 없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남자 동창들은 거의 기억나는 친구들이 없었다. 초등학교 5, 6학년때는 남녀 합반이 아니었으므로 그럴 밖에.
이미 몇 년 동안에 걸쳐 격월 만남을 갖고, 또 여행도 함께 다닌 터라 곧 이들은 수다공화국으로 들어섷다. 그런데 여자 동창들 대부분은 그 자리가 무척 불편하기에 충분한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는 동창들이 없었다. 나역시 보통 용기나 배짱 아니고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라 그런지 다들 스스럼 없이 남녀 사이에도 平語로 인사를 나누고들 있었다. 하지만 내 경우 너무 멀리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아서 이 모임에는 별로 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6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이 불현듯 보고 싶긴 하다. 키가 크고 마른 몸, 낭랑한 목소리에 돗수 높은 안경 을 끼었던 예쁜 #이영희, 종암동 부근 언덕배기에 마당 너른 집에 살던 #김인자, 똑순이 #채순덕, 얌전하고 공부 잘 했던 #윤용원, 성격 좋고 털털한 외모의 #박철근 이런 친구들이 보고 싶다. 아주 아주 오래 전 길에서 윤용원이와 #임종옥이를 만났었지만 그 당시에는 서로들 전화도 없던 터였는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윤용원이는 독일로 갈 예정이라는 말만 남긴 채 ..였는데 지금처럼 연락할 수단이 당시에는 없었다. 아,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모임에는 다시는 나가지 않겠노라 생각하며 모임이 끝나기 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역시 여자들은 이상한 데서 텃세를 부린다. 이 모임에 다시는 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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