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2(Thurs.)
5월도 어느덧 下旬으로 접어들었다. 눈 부신 햇살을 지붕 삼아 온 천지가 이미 綠色 향연으로 말할 수 없는 싱그러움으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면 미세한 바람결에 살살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길 가에 빼곡한 연보랏빛 씀바귀꽃이며 노란 꽃들이 지천이다. 키가 작아 여러 종류의 수목들에 가리운 것 같지만 바닥을 내려다 보며 걷노라면 잔잔한 들꽃들이 가득하다.
오늘 아침에야 문득 벌써 5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놀랐다. 지난 3개월여 남짓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힘겨웠던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기에...
나에게 있어 가장 순수하고 해맑았던 시간들을 꼽으라고 하면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 아카시아 향기 흩날리던 날들... 하얀 블라우스 상의와 짙은 군청색 치마를 입은 산뜻한 모습으로 교문을 들어서 교정의 언덕을 끼고 돌아 교실로 향하던 그 시간들일 것이다.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오랜, 그러나 여전히 소녀의 감성을 꺼낼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대학 시절에 만난 5월은 또 어떤지. 잔디밭을 오가던 숱한 발걸음과 사랑과 우정이 꽃 피던 축제의 5월이 아니던가.
며칠 전 남편이 사무실 책상 위에 오랫 동안 놓아 두고 보았다던 작은 액자 하나를 집으로 갖고 왔다. 사진 속의 젊은 부부는 한복을 입고 한 곳을 같이 바라보며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데 내가 봐도 곱고 온화한 모습이다. 바로 우리 부부의 오래 전 모습인데 거울 속에 비친 지금의 내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그 동안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일들과 대체로 매사를 부정적 視線으로 바라보느라고 지금의 나는 찌글거리고 밉게 나이들었구나 싶었다.
아, 우리에게도 이렇게 곱던 시절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남편은 이제 이 사진을 집에 놓고 함께 바라보자 했다. 참으로 많이 다투었던 날들을 지내고 보니 생각이 났을 것이다. 정확히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둘 다 두루마기를 입었으니 설날 즈음이었겠지. 하하하. 요즘같으면 설날에 무슨 한복을 입겠으며 그나마 갈 데도 많지 않다보니 대충대충이지. 그게 젊음과 나이 듦의 차이라고 할런지. 오랫만에 젊었던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꿈을 향해 함께 하던 시절이었다. 적어도 그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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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남편과 나를 다시금 꼼꼼히 본다. 그도 예쁘고 나도 곱다.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낳고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을 품었을 것이다.
부모님들에게도 효도하려고 애썼을 무렵이다. 저리도 고왔으니 목소리만 제법 큰 지금과 어찌 비교할 수 있으리.. 지금의 나는 심성이 그다지 예쁘지 않은 중년이다.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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